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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12.17] 오늘의 사색(채운)

 

= 현장, <대당서역기>

 

“현장법사는 어려서 출가할 때부터 천축의 땅을 밟아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붓다의 진실한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마음은 녹야원(鹿野園)을 향한 채 살면서 붓다의 나라 천축으로의 순례를 소망하였다. (…)그렇게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조금씩 나아가 마침내 천축에 도달하게 되었다. 현장은 그 이후 모든 진상을 거듭 물으면서 보기 어려운 실상을 색(色)과 공(空) 사이에서 보게 되었고, 정묘한 이치를 곰곰이 생각해서 듣기 어려운 정법을 생과 사의 경계에서 들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거대한 흐르는 모래사막에 들어가게 된다. 모래가 사방으로 흘러내리고 바람에 따라서 쌓였다가 흩어지곤 하여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사라져 결국에는 대부분 길을 잃고 만다. 사방으로 멀리 바라보아도 망망한 모래뿐이어서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오가는 사람들은 쌓인 유해로 표식을 삼곤 한다. 물과 풀이 부족하고 뜨거운 바람이 많이 일어나는데 바람이 불면 사람과 동물이 혼미해지고 이로 말미암아 병이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휘파람이나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흐느끼며 곡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귀기울여 듣고 보고 있는 사이에 문득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하고서 이로 인해 자주 목숨을 잃게 된다.”

 

중국의 서쪽 국경을 지나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거쳐 천축으로 이어지는 여정. 뜨거운 모래사막을 걷고 험준한 설산(雪山)을 넘으며 현장은 천축을 향했다. 모래더미에서 만난 유골들이 오히려 반가울 정도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현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불법(佛法)을 구하기 위해! 당시 중국에서 붓다의 교설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고, 진위를 알 수 없는 경전의 내용을 두고 이론(異論)간의 대립은 팽팽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직접 보고 들어보자! 이 지적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갈망이 현장으로 하여금 국경을 넘게 했고, 죽음의 모래사막을 걷게 했다. 배움이란, 죽음의 두려움마저 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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