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테인들은 장황한 이야기는 싫어했지만 짧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리쿠르고스의 명대사 한마디>

어떻게 해야 적의 침임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리쿠르고스 왈,
"가난하게 지냄으로써, 그리고 아무도 남보다 더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않음으로써."

  적은 양의 물질적 소유에 만족하고, 보다 높은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도록 서로를 돕는 스파르테인들의 삶이 귀감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정신적인 가치, 탁월함이라 불리는 것인데요. 채운쌤은 '플루타르코스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 세 가지'를 얘기해주셨는데, 탁월함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는 영혼 psyche입니다. (이 부분을 놓쳤는데 영혼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 것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좀 달아주세요!)
  두 번째는 품성/태도 ethos 입니다. '어떻게 처신하는가'의 문제인데요. 예를 들면, 아침에는 일어나면 꼿꼿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든지, 여성들을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해주었다든지, 전쟁에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봉토나 선물을 주었다든지...가 있겠죠.
  세 번째는 arete. 영어로는 virtue 한국어로는 덕. 채운쌤에 의하면 더 정확한 표현은 excellence, 즉 탁월함이라고 합니다. arete는 원래 처음에는 직업 상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죠. 즉, 현인이나 정치가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장이의 arete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arete를 말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인격과 관련된 것으로 평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리쿠르고스는 스파르테 사람들이 물질적인 탐욕과 질투, 시기 등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 관습을 만들었구요. 솔론은 귀족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안한 것 같지만 특정한 성문법을 만듬으로써 두 세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페리클레스의 arete로 숙고와 판단, 이 두 가지를 꼽았다고 합니다.
  숙고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하는 행동들이죠. 예를 들면, 어떤 지형적 이점을 사용하여 공격할 것인가? 언제 어떤 조류를 피해서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가, 전쟁을 벌여야 하는가 아니면 돈으로 매수해서 전쟁을 지연시켜야 하는가.
  판단의 경우는 이성적인 판단과 욕구가 만나는 것이 좋은 판단이지요. 헬라스 인들이 자신들의 힘과 행운에 도취되어 다시 한 번 전쟁을 일으키자고 열을 올렸을 때 페리클레스는 그러한 열기에 휩싸 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그들의 무절제한 소망을 억제하고 지나친 개입을 제한하며, 이미 얻은 것을 지키고 굳히는 데 그들의 힘을 썼'다고 하지요.

 

  조원들끼리 토의할 때도 얘기했지만, 모든 영웅들의 공통점은 '자기절제'인 것 같았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페리클레스 전기의 첫 부분이 저에게는 인상적이었는데요.인간에 대한 페리클레스의 생각이 드러나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대상을 보는 능동적인 주체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주체라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좋은 것, 해로운 것, 이로운 것, 유용하지 않은 것 등을 의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데요. 그래서 우리는 교화의 도구인 '이성'을 가지고 우리가 보려는 방향을 정하고,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추구해야 한다고요.

 

* 어제 탐사를 들은 탓일까요. 오늘 저는 연구실 친구와 저녁 먹은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채운쌤은 이것이 기본이라고 하셨지만, 영웅과는 거리가 먼 저의 마음 속에서는 엄청난 갈등이..... 그럼 다음주에는 제가 간식이므로 맛없는 간식을 준비하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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