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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와 겹친 세미나 였습니다. 쓰기 시작할땐  막막했는데 말이 한번 풀리더니 분량 맞추기가 어려워 질 정도로 재미있게 썼던것 같습니다. 그만큼 새롭고 신선한 내용이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태생상 여름 나기가 너무 힘든 인간이라.. 요샌 좀 힘에 부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사는데 좀 기술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ㅎ

 

  이번 세미나는 두번째 시간인 만큼 잘 정리가 안되고 맴돌았던 '간지러운' 내용들을 긁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첫번째 주제로 등장한 푸코와 아감벤의 비교가 정말 감사했다. 아감벤의 논의는 푸코를 딛고 출발하거나 혹은 푸코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진행되는데 푸코와 아감벤의 차이도 모르겠고 비판의 요지도 잘 다가오지 않아 그 둘을 두고 씨름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상의 체계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긴 배움이었다. 푸코와 아감벤이 말하는 내용은 대척점에 서있다고 할 수 없다.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다만 방점이 찍힌 부분이 다른것. 푸코는 규율권력이 신체를 포섭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통치기술, 주체화의 양상에 주목했다면 아감벤은 주권권력이 생성되는 근원을 예외상태로 보고 이를 정치적 동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보았던 것이다. 둘 중 누가 더 진실되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넘어서는 차원이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그러므로 편견에 휩싸여 어느 생각이 더 그럴듯하니 무조건 그 생각을 따라가려 하기보단 이 사상가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어떤 문제의식하에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그 과정을 살필수 있는 내공(결국 이 문제로 귀결된다 ㅠ)이 더 시급히 요청된다. 어떤 텍스트에서도 나름의 맥락과 의미를 찾아내려는 노력.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글을 읽어도 자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토론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나 자신도 공부하고 발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것은 호모사케르의 정체에 관한 문제였다. '배제된 자'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생각하다보면 불쌍한 인간은 다 호모사케르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무조건 다 적용해보고 별 의식없이 개념의 범위를 넓혀가고.. 수용소가 근대의 새로운 노모스일수도 있다는 아감벤의 주장을 들을 후론 거의 정줄을 놓고 호모사케르의 범위를 늘려 잡았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언급을 빼놓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모사케르는 '죽여도 좋은 자' 라는 사실이다. 설사 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도, 보통사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가해도 처벌받지 않으며 비난받지 않는다. 세미나 하면서 이 생각에 이르러서야 호모사케르의 실체가 좀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 호모사케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주권권력이 이 존재를 어떻게 통치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지 수용소와 같은 생물권력을 어떻게 창출해 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했을것이다. 돌아보니 내 발제에서도 이 점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지 못한 듯 하다.

 

  인권은 항상 사각지대를 만들어 낸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국제기구의 눈물겨운 노력. 그리고 세상에 넘쳐나는 인도주의의 언사 속에서도 인간의 평등하고 기본적인 권리가 아직도 요원한 일은 다만 과정상의 문제라고 여기고 있었다. 좋은 일이지만, 역량이 모자라서 아직 좋은 시절이 도래하지 못한 정도로. 하지만 인권이라는 개념이 국민국가의 구성원으로서만 갖는 시민권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등의 태생적인 한계로 항상 인권의 바깥을 설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땐 사실 좀 막막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인권이나 복지같은 말이 뜬구름 같긴 해도 어쨋든 도달하기만 하면 이상적인 그런 상태였는데 그런 개념들 마저도 의심당하는 상황이 목표를 잃어가는 것과 비슷한 처지를 낳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 일이 공부요 내 과제가 될 테지만.

 

경계영역에 처한 여러 예들을 들어가며 아감벤이 책의 마지막에서 살짝이나마 드러낸 인간상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발제를 하면서도 결국 그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사실, 내심 세미나에서 밝혀질 거라고 짐작했다. 아직도 EVE를 잘 모르고 품은 생각이었다 물론. 설사 선생님이 뭐라 말씀해주신다 한들 내 들을 준비가 안되있으면 그냥 음성일 뿐.

 

강독 끝부분에 진행된 한스 요나스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뇌사, 장기이식 문제는 또한번 놀라기 충분했다. 이 주제, 정말 지겹도록 대표적인 윤리적 딜레마로 찬반 양론의 논리까지 외워가며 반복했던 문제다. 하지만 세미나에서는 그 전제부터 문제 삼았다. 우리는 죽음의 시점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설사 죽은 것으로 인정(뇌사) 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빼내어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쓸 수 있는가. 죽은 신체에서 살아있는 장기를 빼낸다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책에서도 나왔지만 죽음의 시점을 결정하는 의학적 담론의 바탕엔 인간의 생명을 바탕으로 경계선을 짓고 권력을 창출해 내는 숨은 의도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항상 찬반으로 나뉘어 고질적인 충돌을 빗는 다른 윤리적 딜레마들의 전제엔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지 않은지 공부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세미나가 끝나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한스 요나스의 실험윤리를 말하는 부분에서 인체실험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요건으로 자유로운 처지에서 피실험자가 상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들었다. 나는 이 요건이 뇌사자의 장기이식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지 궁금했다. 흔히 요즈음에 확산되어 가듯이 사후 장기기증 동의를 하는 경우, 뇌사자의 장기를 꺼내 이식하는 윤리적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까. 채운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장기기증 동의를 하는 것은 선택의 자유이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 장기기증을 권하고 그것이 흡사 의로운 행위인듯 분위기를 형성하는 바탕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유념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과연 자신의 죽은뒤의 신체에 대해서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도 함께. 나는 유언의 경우를 생각하며 사후에도 자신의 통제하에 있었던 것에 대해선 권한이 행사될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선생님께선 이 권한이 오롯히 신체를 대상으로 미치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 의견도, 선생님의 대답도 제대로 요점을 잡아 정리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음에 또 이와같은 논쟁이 시작되었을때 이제는 전제 부터 시작해 문제를 다시 바라볼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는 것.

 

문제의 틀안에 같혀 빠져나올수 없는 논리속에서 고민하기보다 그 문제의 차원 자체를 달리해 볼 수 있게 되길. 그렇게 계속 더 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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