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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세기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읽기 까다로웠던 이번 호모사케르. 아리송 하고 헷갈리기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만큼 세미나에서 시원스럽게 이해될거라고 믿으며 잘근 잘근 읽었다. 가끔 너무 깔끔하고

명쾌하게 논점이 드러나는 강독을 보면서 마냥 헤메기만 했던 스스로가 초끔 못 미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생한 만큼 더 얻어갈 거란 믿음엔 변함없다.

 

  읽으면서 들었던 한 가지 느낌이라고 한다면 '뭐지? 이사람?'. 책 읽으면서 주변에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다 모르는 학자라고 하고 나도 생전 처음 접한 인물인데, 세상 모든 사상과 연구결과물을 자기 논리로 정확히 끌어들여서 해치우는 그 막강한 '포스'. 서두에 푸코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자기 논리를 풀어갈 때 부터 어깨에 힘이 퐉 들어갔다. 솔직히, 난 푸코가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 보질 못했기 때문에. 주체의 테크놀로지와 통치 전략 사이에 접접이 없다...? 응?

 

  예외상태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독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꽤 여러 방향으로 머리를 굴려봤던 것 같다. 언어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해 이를 법의 잠재성으로 끌어오고 다시 예외상태에서 도출되는 주권으로 발전시키는 논리가 층위는 다르지만 같은 원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 이점을 재확인 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외부성이 내부성을 가장 뚜렷하게 설명해주는 관계 정도로 어렴풋이 이해했던 개념이 이제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3부는 좀더 똘똘하게 읽을 수 있는 준비가 된 듯.

 

  예외상태를 선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권자의 힘이다. 주권자는 예외상태를 설정함으로서 합법적으로 법의 외부에 존재한다. 역설적이기 때문에 한번에 파악되지 않았던 이 주권의 역설은 파시즘의 논리와 우리 사회의 예를 들며 구체적인 양상이 드러나자 곧 현실적인 이해의 차원으로 넘어왔다. 특히 법의 역설에 관한 문제는 정리된 생각으로는 아니지만 뭔가 아이러니한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그 실체를 알게 됬다. 헌법이 국민의 주권의 보장하고 있는데 그 국민은 자신의 주권으로 헌법을 바꿀 수 없는 그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해석을 내려 한차례 소동이 있었는데 이 사건도 이런 법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의 법으로부터도 인간의 법으로 부터도 추방당한 이중적 배제의 산물인 호모사케르. 아감벤은 고대로부터 이런 이중적 배제를 당하는 존재가 어떻게 주권권력을 출발시켰는지, 또 어떤 식으로 은폐되고 스스로를 기만하게 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처음엔 말그대로 추방당한 존재, 권력에 끊임없이 탄압받는 존재로 읽었는데 아감벤의 의도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호모사케르는 시대와 맥락을 달리해 끊임없이 재규정 되는 존재였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예외상태가 설정되느냐에 따라 그 지점의 호모사케르는 새로운 모습으로 출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호모사케르는 계층적 구분이 아니라 주권권력이 작동하는 정치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주체이다.

 

  삶 정치에 관한 부분은 푸코에서도 접한 바가 있어 이해가 힘들진 않았다. 하지만 생명 그 자체를 정치에 포획하게되는 결정적 계기를 인권선언문에서 도출하는 대목은 쇼킹 그 자체였다. 지금도 순진무구한 고1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하면서 인류에게 만민평등과 인간의 존엄성을 선사한 축복같은 인간 이성의 결정체로 저 선언문을 공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 그랬다. 인권에 관한 얘기도 그만큼 신선했다. 왜 그렇게 인권이라는 말이 힘이 없는지. 자리를 못찾고 붕떠다는 느낌이 드는지 그 실체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주권자에 대고, 국가에 대고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외침인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세미나 한번에 평균적으로 두세번은 정말 깜짝깜짝 놀라는 것 같다. 정말 아무 의심없이 인간 진보의 산물이려니, 완벽히 정의로운 선의의 조치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이면에 아주 시꺼먼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것임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던 것들이 팽겨쳐지고 생경한 개념들이 뇌리를 뚫고 들어와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지금 다시 과학공부하는 기분이 아니란 말이다.ㅎ 더 놀랬으면 좋겠다. 다음번엔 어떤 편견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 세미나 하기 전에 내가 책읽고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더 좋긴 하겠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아직 어리니까..(응?) 부단히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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