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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재밌었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이 읽을거리로 선정된것을 보고는 '왜 이책을 읽으라고 하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모두 당면한 현실에서 혹은 역사적으로 인류를 스쳐간 사건들 속에서 윤리를 구성할 수 있는 지점을 살펴보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왠 판타지?' 이런 생각을 지울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미나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함께 하고자 했을까.

 

   어떻게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꺼내고 이런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할까 하는게 요즘 제가 세미나에 갖는 가장 큰 궁금증인데요. 역시나 이번에도 르네상스, 에라스무스, 종교개혁, 이상사회 또 관용등 다채롭고 재미있는 주제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리아픈건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저번주에, '가지를 치기 전에 줄기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앳된 질문을 던지고 이번 세미나 끝나자마자 내 질문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세미나에서 들었던 르네상스의 다이내믹한 단면이 과연 그런 교과서에서도 드러나는지 보는거죠.  세계사 책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나와있더라구요.

 

르네상스의 의미: 르세상스 시대 사람들은 현세를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면서 풍부한 인간성과 개인의 재능을 최대로 발전시키려는 욕망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자연 현상을 종교적 이상적으로 보는 중세적 자연관을 배격하고 자연계의 법칙성을 탐구하였다. 이러한 인간관과 자연관은 크리스트교 이전의 고전 고대에서 유래하는 것이었다.

 

안 읽을려구요. 이제 알았으니까. 세미나 참고도서 열심히 따라 읽고 생각하고 방학땐 그러고 살겠습니다.

 

르네상스는 아름다운 양탄자 뒷면의 이지러진 무늬같은 시대라는 말이 너무 멋졌습니다. (어디서 나오는 말일까요...?) 앞서 얘기한 저런 아름다운 시대인줄로만 알았는데 유럽 내외부에서 이런 야만적이고 피에 물든 질곡이 있었음을 이제서야 짚어냈습니다.

선생님께선 이런 시대에 그와같은 문예부흥이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전쟁시기에 인간의 과학문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것처럼 그런 살육의 시대가 인간의 창의성이나 지성을 최고조로 고양시키는 것은 아닌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라스무스 얘기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어떤 것에서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스스로에게 귀의하는 삶,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기인의 삶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역사 배울때도 어지간히 갑갑한 사람일꺼라고 대충 짐작하긴 했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그때 알았으면 더 재밌게 배웠을 텐데요. 행적만 드러나는 역사책 인물의 이런 색깔을 되살려 역사를 가르치면 '역'자만 들어가도 기겁하는 친구들이 좀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에라스무스와 루터 그리고 칼뱅으로 이어지는 신교 구교 갈등 그리고 신교내부의 이단논쟁도 참 운명의 아이러니라고 느껴질 만큼 복잡다난 했습니다. 혁명을 원하는 자와 평온을 원하는 자는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걸까요. 분명 구교의 폐단에 대해선 에라스무스와 루터가 모두 느끼고 있었지만 서로의 그 심각한 온도차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그런 '혁명파'였던 루터도 그보다 더 맹목적인 급진파였던 칼뱅에게 축출되는 아이러니란. 역시 급진의 가장 큰 반동은 반대쪽 급진이아니라 온건파입니다. (에릭호퍼 또 써먹기...)

 

대학생때 학생운동하다가 전향하는 사람들을 봐도 왠만큼 자기 생각을 굽히고 온건하게 탈바꿈하는 사람들은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정치권얘기) 보통은 진영이 바뀌고, 그 중에서도 아주 끄트머리에 서는 모습. 이를 테면 주사파에 몸담았다 북한 인권운동을 하게 되는 경우. 이런 분들은 ... 그럼 좌절한 사람들일까요? 갑자기 생각드는 딴지. 개인사를 한번 엿보고 싶어집니다.

 

노자의 소국과민에서부터 유토피아 까지. 이른바 이상사회에 인간이 걸고 있는 생각과 그 의미를 논하는 과정에 가서야 이 책을 읽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사회를 그리는 인간의 시선도 결국 현실의 부조리, 절망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기에 이상사회의 모습에서 그 사회를 그려낸 현실의 그림자를 보게 되는 것이죠. 말한마디 잘못하면 아니 그보다 더해, 말해야 될때 적절하게 말하지 않아도 목이 날아가는(토마스 모어가 참수당한 이유도 제대로 국왕에 찬성을 표시하지 않아서 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분열적 글쓰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고충도 새삼 느꼈고요. 저는 공통과제를 이렇게 두가지 견해를 자기 책에서 나란히 늘어놓을 수 있는 감각이 놀랍다고 썼습니다. 이런 배경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이 고달플때마다 이상사회를 그리는 인간. 수업시간에 채운선생님이 저를 포함해 몇명에게 이상사회를 그려본적이 있냐고 물으셨는데요. 세 분 다 대답이 달랐는데 저는 거의 그려본적이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실인식 방식에서도 이유가 있겠고 제 성향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지금 현실을 벗어나 어떤 새로운 사회가 생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보고있고 가능성이 낮은 일에 대해 상상을 잘 안하는 성질이기도 하니까(영화도 판타지는 잘 안봅니다.. 관련이 있을지) 자연스레 이상사회를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도하고 연결지어서는 좀 생각해 보았죠. 토지공개념이 실행되면 괜찮지 않을까. 기여입학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좋을것 같다 이런식으로. 완전 다르게 상상하는 노력은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실을 분석하거나 이해하려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선.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는 주제가 윤리는 시대, 환경 불문하고 딱 정해져 있는 규범이 아니라 스스로 구성해나가는 체제인 것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전 매번 '그럼 비윤리적이라는 건 뭘까' 하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가 없습니다. 스스로 구성해 나가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삶이니까 어떤 삶에도 비윤리적이라는 딱지를 붙일 순 없는 걸까요. 그래도 정말 이건 받아들일 수 도 없고 명백히 부당하고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으로 인정할 수 도 없다 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인간들을 단죄하고 사회를 건강히 만들 수 있는 단계에서 윤리는 물러나고 법과 제도만을 들이 대야 하는 걸까요. 왜 난 윤리를 만날 검증하고 평가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이해하는 걸까요. 돌고 돕니다.

 

세미나 끝나고 다음날에 학교가서 바로 에라스무스 평전 골랐습니다. 세미나에서 너무 재밌게 들어서 이번엔 좀 세미나 만큼 재미있게 읽혀라... 하고. 세미나 하던 날 채운쌤께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선생님 세미나에서 소개해주신 책들, 세미나할때는 너무 재밌을거 같은데 막상 내가 읽으면 다른 책이랑 똑같다고. 뭐가 모자란건지.' 공부가 쌓이고 생각이 더 트이게 되면 같은 책도 다르게 읽힐거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책이 재미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고 거기서 제가 뭘 보고싶어하는지가 문제겠죠. (텍스트는 색칠한 거울같은것?!) 조급증과 인정욕망을 내려놓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구체화 시키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뜨끔했습니다. 거의 20년 같이 본 부모님이나 집어줄 수 있는 제 고질병을 저렇게 콕집어 얘기해주실수 있는지. 저거 극복하는 문제는 꽤 오랜시간동안 절 괴롭힐 것 같습니다. 단순히 생각으로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켜켜히 삶에 쌓여온 습관이기 때문에.

 

후기 마치겠습니다. 엄청 길어졌습니다.

노마만리 읽으면서 드는 생각, E-book 은 분명 망할겁니다. 절대 안될거에요. 편리성이고 휴대성이고 일단 눈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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