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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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식민화는 식민지의 체계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의미하는 걸까? 그리고 이것이 진정 식민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일까?

 그것이 어떠한 명칭으로 치장되었든, 단 한 가지만의 추구는 극우다. 다시 말해 식민화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탈식민화는 식민화의 변형태이자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그 탈식민화의 체계를 식민화가 만연한 국가에 적용시키면 그것이야말로 '식민화'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적용시킨데? 적용시키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그 체계 속에서 우리만 살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문제가 없긴 하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그들을 가만히 둘 수 없다. 자신의 이익 창출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의 탄생국에서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건 모순이다. 하지만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종 차별과 과학적 증명을 해댄다. 정당화 되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폭력의 가능성임을 한나 아렌트가 주지한 바이다. 근데 다수의 사람들이 그 행위에 동의 한다는 것만으로 정당하게 보아야 하는 걸까? 물론 투표는 현재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다수의 지지이다. 수 적으로 많으면 일단 힘을 얻고 본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한 힘이 무엇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쉽게 말해 돈보다 칭찬으로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키기가 쉬울까? 이익에 대한 일방적인 가치부여는 곧 극우가 아닌가. 그리고 하나만의 추구는 누구라도 이론적으로 정서적으로 멀리하게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사적영역의 확대에서만큼은 이 틀이 전혀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적영역? 이익추구? 노력해서 돈 버는 행위가 나쁘다는 거냐? 그럼 공적영역이라는 건 뭐냐.

 정치인이야말로 공인이라 할 수 있다. 왜? 이들은 이익 추구가 아닌 국민의 행복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첨삭하는 등 공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다.(물론 원칙적으로 그렇다) 그렇다면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상당히 거친 기준은 돈(일방적인 가치)의 추구 여부이겠다. 정치인(공적영역 추구)과 시민(사적영역 추구)이 함께 만나는 지점은 결국 돈을 잘 벌게 할 수 있는 어떤 형태라는 합일점이 만들어 진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다. 식민지화.

 국민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 원주민들은 원래 열등하고 범죄성이 충만한 대뇌구조를 지녔다는 과학적인 증명까지 이루어진 상태가 아닌가. 오히려 구원을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다스려 주리라. 정신의 붕괴는 이럴 경우에 적절하다. 정당화 된 행위는 정말 정당한가?

 현재 사회에서 계량화 되어 산출된 모든 것은 돈으로 구입 가능하다. 즉 돈이 어떠한 물품을 소유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돈과 물품은 교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사랑하는 분의 유품, 몇 날 며칠의 밤낯을 지세워 접은 종이학, 그의 십자수, 그녀의 목도리, 훈련소에서 받은 편지, 고전, 감정과 정성으로 똘똘 뭉친 그 물품들의 가격은 3000원. 물론 비교적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려는 수작은 아니다. 실제 대량 생산된 제품에는 차갑기 그지 없는 기계의 조작만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조작된 음식이 유통된 것이겠지. 무슨 소리야? 그래서 돈을 벌지 말자는 게냐? 그리고 돈을 벌어 들일 때 드는 수고는 왜 뺀거야? 결국 감정의 계량화 문제냐?

 파농의 생각을 잠시 빌려야겠다. 그는 다리를 건설할 때에도 시민들이 배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건설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때에 다리는 불필요할 뿐이다. 가치가 전혀 다르다. 이익에 '가치 집중'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가 곧 최고의 가치인 셈이다. 그리고 이 결론에 도달하는 시간은 일방적 진행보다 두 배 세 배가 걸리더라도 상관없다.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사회를 선택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말한 제 3세계의 모습일 터.

 며칠 전 철학 박사 강신주를 검색하다가 이런 글귀가 눈에 띄었다.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강신주 강의를 듣고 난 후 감상을 블로그에 올린 어느 시민의 제목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내면) 프리모 레비도(텅 빈 인간) 한나 아렌트도(관습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 프란츠 파농도(제 3세계의 인간상) 줄기차게 제기한 것이 바로 "생각하기"가 아니었던가.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너무 당연해 의심조차 할 수 없었던 생각을 뒤집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내 안에 히틀러 세포를 찾아내고 소멸 하기. 일방적으로 주입된 가치의 흐름에 휩쓸려 결정하는 나를, 경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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