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미나입니다. 지울 수 없는 흔적 두번째 시간 후기 올려요.

 인상적인 부분 정리하는 방식으로 남깁니다.

  

     진화론을 이해한다면 목적론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 목적론을 고수한다는 건 지금 순간에 일어나는 무수한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우연이지만, 이 우연들은 내가 만나야 하는 우연일 수 있다는 것. 지금 저게 나하고 만나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는데, 그건 아는 사람만 아는 거라고. 안다는 건 그것에 자기를 던지는 사람만 만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계속 목적만 보기 때문에 지금 나를 스쳐가는 모든 인연들을 다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씀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조화롭게 사는 것이 곧 자기를 위한 것불교에서 말하듯 아/타의 구분이 없다면 이는 곧 나를 위한 것이면서 타인을 위한 것이다.

 

 중립성이나 유연성은 상대적인 관점이라 침묵해야 한다고 오해하지 말라. 언제든지 자기 한계 속에서 자기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 지금 내가 이것을 믿을지라도 또 다음에 가면 어떻게 될지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해서 지금 내가 찾아가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 중립성이라는 걸 그런 식의 애매한 태도로 착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말하라.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말하라"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이해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들을 조금씩 깨나가는 과정이면 그것이 공부의 과정이라는 말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으니 너도 그럴 수 있고 나도 그럴 수 있다며 입을 다무는 태도라면 학문이 이루어질 수 없다. 아 이게 공부하는 자세구나. 몰랐을 리 없는데 새롭게 들렸어요자기한계를 인식하고 이야기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가는 중이라 그런 것 같어요.

  

 사람이 공부를 하면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게 원칙인 거 같다. 목적론을 버리면 지금 있는 인연을 무시하지 않는 거라는 것과 이 겸허함이 연결되었습니다. 겸허하면 무시하는 마음을 갖기 어려울테니까요.

공부란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므로 겸손해진다는 것. 파인만이 말한 것처럼 이는 당연하니 우리가 모름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저 두려움 없이 지금의 앎을 발판 삼아 조금씩 조금씩 앎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과정에 충실할 뿐. 암것도 모를 때는 막막해서 두렵기도 하죠. 두려움 없이 나아가기 위해 어쩌면 생초짜는 두려움을 발판 삼아 두려움 없는 세계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차이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해내는 것이다. 내가 매일 매일을 차이로 사는구나 라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한 거지 나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해야 해..는 인정도 안되거니와 감당하거나 할 문제가 아니다. 적응이란 자기 편하자고 하는 것. 누굴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때문에 즉 종을 위해, 개체가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자연 세계에 없다. 불교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내가 불편하지 않을 것인가가 기본 성격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번뇌가 사라지게 하는 것인가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보고 하나만 지각하는 애들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지각하고 느끼는 애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개체와 환경 뿐 아니라 개체와 개체들의 관계가 얼마나 더 열려있느냐에 따라 진화의 성공, 살아남기가 결정될 수 있다. 진화의 방향성이 있다면 유연해지는 쪽이다. 인간의 생각이 획일화된다면 인간이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한가지 방향으로만 생각함으로써 다른 방향의 생각으로 상황을 뚫고 나가기 어렵게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진화론의 핵심은 유연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름 휘청거리는 중이었는데, 제가 넘어지는 지점들을 채운샘의 말들로 하나하나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조목조목 짚어주는 이야기 속에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통렬함(?) 같은 게 있었습니다. 사실 모든 강의가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게 적절한 시기 적절한 강의였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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