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제 시즌 2 발제를 모두 지울수없는 흔적으로 하게 될 것 같은 제리쌤조 인석입니다. 늦지말기! ㅠ

 

발제후기부터 하자면, 글쓰기는 마음의 거울로 삼기에 가장 유용한 수단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로는 '난 진화를 진보로 생각하지 않아.' '창조론자들이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쓰고 보니 저도 진화를 지금의 상태에서 더 유능해지고 더 '획기적으로' 발전해가는 변화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창조론자들에 대한 일종의 .. 적개심도 드러난 것 같구요 제목으로 지적받기도 했지만 약간 조롱하고 싶은 의도가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제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음영들이 제 글에 다 드러나있겠지요, 보지 않으려 했을뿐.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하면 귀기울여지는 대신에 몸에 힘부터 들어갑니다. 뿌리깊은 습속입니다.

 

  진화론이 획기적인 사유인것은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려 했던 생명의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대답 관계에 대한 성찰도 더불어서.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답이 갈린다는 점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의식이 그르면 어떤 것을 보여주고 무엇을 들어도 결국 그 자리일수 밖에 없다는 마뚜라나의 통찰이 섬칫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고 물으면 있느냐 없느냐 혹은 누가 이걸 만들었느냐 하는 답밖에 들을 수 없지만(이미 질문에 그 답을 들으려는 성향이 내포되어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떻게 지금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라고 물으면 그 존재의 과정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길이 내포되어있는 것입니다. 내 질문에 대해서도 엄격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답을 듣지 않으면 죽어라고 똑같은 질문만 품는 대신에 그 질문의 바탕에 내가 얻고자 하는 어떤 욕망이 숨어있을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에 이미 들을수 있는 대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발제에서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진화는 단지 세대교체의 순간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유전자는 바코드와 같이 바꿀수 없는 인간의 설계도이고 외부의 어떤 요인도 영향을 미칠수 없는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통해 다음 세대의 진화의 가능성이 전달된다는 이해는 유전자라는 변하지 않는 속성을 기반으로한 또 하나의 실체론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지적하는 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여기고 마음을 거는 것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듯이 생명과 진화에 대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오해와 그릇된 실천을 낳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도 고정되어있지 않으며 언제나 외부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정보체계라는 배움을접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것도 제가 대표적으로 잘못 품고 있었던 질문인것 같은데, 도대체 진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걸까 라는 의문입니다. 당연히 이런 질문을 목적지에 대한 대답을 내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완성형의 개체를 꿈꾸게 되고 단선적인 진보의 개념을 진화에 덧씌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이제 그 오해의 근원을 알것도 같습니다. 진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데 왜 박테리아는 인간을 정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제 발제의 질문도 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화는 다만 그 시점에 생명에게 작용하고 있는 환경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적응해야만 하는 상이한 생존가능성들의 집합, 그리고 그 결과라고 달리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엔 또 어떤 오해가 숨겨져있을지!)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은 신뢰, 어떤 존재도 자신이 살아갈 세계에 불안을 품고서 나지 않는다는 대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생명의 이런 근원적인 신뢰를 잃는 이유는 현실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좌절, 불신을 다른 존재 혹은 세계 자체에 내재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은 점점 쌓여가고 당연히 타인과 감응할 수 있는 민감도는 떨어져갑니다. 이 악순환이라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관계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매순간 알수없는 불안에 휩싸이고 감응하는 능력도 제로에 가까운 저의 과제입니다. 이게 선행되어야지 비로소 윤리에 대해 말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있던 것에 굉장히 불만이 많았었는데 내가 배우고 있던 것은 윤리가 아니고 도덕이었구나 생각하니 불만이 좀 잦아듭니다. 도덕교육과였던 거지요.

 

살아남는 존재는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할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탈코드화 할 수 있는 능력!) 종이란 말도 진화에 대한 다른 생각을 품게 했습니다. 다음 발제는 여기서 부터 출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브 듣는 방식을 좀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저번 시즌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주옥같은 문장, 말씀들이 많아서 세미나 내내 정리하고 받아적기 바빴습니다. 결과물은 아직도 갖고 있구요. 그런데 그게 적어놓는다고, 후기도 맨날 맨날 쓰고 외워놓는다고 제 것이 되는 것 아닌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 마뚜라나 이야기를 접하면서 더욱 확신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충분히 음미하고 최대한 귀를 열어놓는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耳順!!ㅎ 그 자리에서 나의 편견으로 인해, 갖혀있는 사고의 틀로 인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극복하는 한 시즌으로 삼아보려 합니다.

 

이만 발제하려 슝 ㅠㅠ 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220 지금까지 양자론을 정리하고 싶으시면.. 그녕 2012.11.04 2891
219 [EvE] 다음주 공지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3-4부 읽습니다~ 효정 2012.10.30 2862
218 [EVE] 빈서판 1회차 후기 인석 2012.10.30 2295
217 슈뢰딩거에 관한... 그녕 2012.10.29 3723
216 [eve] 지울 수 없는 흔적(10/22) 후기 금인하 2012.10.29 2805
215 [EvE] 다음주 공지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읽습니다~ 효정 2012.10.23 5117
» [EVE] 2주차 지울수없는흔적 후기 인석 2012.10.19 4646
213 <지울수없는흔적>의 저자 제리 코인의 인터뷰입니다. file 장료 2012.10.17 4292
212 [EvE] 다음주 공지 제리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4~9장 읽습니다! 효정 2012.10.17 4538
211 [이브세미나] 12/10/15 '지울 수 없는 흔적' 후기 택원 2012.10.16 4534
210 [EvE] 다음주 공지 제리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읽습니다~ 효정 2012.10.09 3231
209 [이브세미나]이번 주 원일샘 공연보러가시는 분들 보세요! 태람 2012.09.17 3915
208 EvE 시즌2 개강 [고대 그리스, 서사와 철학의 탄생] (10월 8일 개강) 채운 2012.09.02 19560
207 [EvE세미나]공연 관람 및 엠티에 관하여 file 태람 2012.09.02 5134
206 [EvE] 후기 효정 2012.08.28 4663
205 [EvE] 1기 에세이& 뒤풀이 공지 장료 2012.08.21 2853
204 [EVE] 달라이라마자서전 후기 인석 2012.08.16 4155
203 [EvE]다음 주 공지 이반 일리히의 <절제의사회>읽습니다. 장료 2012.08.14 3471
202 [EvE] 다음 주 공지 [달라이라마 자서전 '유배된 자유']를 읽습니다~텐진 갸초 장료 2012.08.07 3211
201 [eve] 파우스트 후기 수영 2012.08.03 277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