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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가 끝을 향해 치달아 갑니다. 저의 제대후 달콤한 방학도 끝이 보입니다.  학교다니는 것도 달콤할 겁니다. 제발 .... 그랬으면.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브한건 정말 잘한 일인것 같습니다.

 

  이번 달라이라마 자서전은 정말 신명나게 훌훌 읽었습니다. 물론 책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을테지요. 약간의 환상, 그리고 대부분은 강력한 오해로 이해해왔던 달라이라마의 삶이 실제론 가르침과 깨달음의 보고 였습니다. 단순한 선승이 아니었던 거지요.

토론이 끝나고 선생님의 강독시간에 몇가지 제시하신 질문이 제가 책읽으면서도 한번쯤 염두에 두고 있던 지점들이어서 정말 찐하게 열심히 들었습니다. 전 이럴때 공부하는게 제일 재미있습니다. 어디 동떨어져 따로 있는 체계나 사상을 배울때 보다 제 일상에서 고민하고 화두가 되는 문제들이 책을 통해서 펼쳐질 때. 그래서 이렇게 자서전처럼 한 사람의 삶 그 자체인 책을 볼때 어떤 책보다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강독시간에 제시되었던 질문들 몇가지를 중심으로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첫번째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그리고 달라이라마. 선생님께서 저한테도 물어보셨는데요. 달라이라마를 이렇게 뽑는 체계에 대해서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전 물론 화신이나 신탁이런 부분에 백퍼센트 동의할 순 없습니다. 강력한 염원의 힘을 부정하진 않지만. 하지만 부러워보였습니다.  이런 체제를 통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의심없는 정당성을 부여받고 또 그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숙명을 일생을 통해 실현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공통과제에 적기도 했지만 한 농부가 자신을 설명할때 '나는 달라이라마의 하인이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대목에서 묘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엄연한 현대민주주의국가에서 온당한 참정권을 부여받고 사는 나는 내 존재와 대한민국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곁들이면서. 민주주의 또한 합리적인 정체의 동의어가 아니라 인류에게 뿌리 박힌 믿음일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삶이 위대하고 또 어려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분쟁지역의 정치지도자 였다는 것과 동시에 평생을 수행과 명상으로 깨달음을 구했던 제일의 선승이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비록 그의 탁월한 낙천성과 포용력으로 책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파란과 격동의 세월속에서 지도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럽고 치사한 꼴 볼대로 다본 그런 삶이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더러운 상황속에 스스로를 던져놓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죠.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그 격동속에서도 수행자의 삶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리고 맹목적인, 비열한 인간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선 어떤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이런 태도야 말로 진정한 배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낙관과 긍정, 이 문제 요새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도대체 뭐가 낙관이고 긍정인지. 요새들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긍정심리학, 낙관주의가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있는 가치는 과연 바람직한 낙관과 긍정인지. 어렴풋이 정리해나가고 있던 생각들을 이번 책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닥친 부정적인 상황을 단순히 '좋게생각하자' '화내면안돼' 이런식으로 자기최면을 거는 것 보다, 한발 물러서서, 혹은 조금만 방향을 틀어서 이 상황 자체를 더이상 나에게 부정적이지 않는 것으로 바꿀수 있는 삶의 기술. 이것이 제대로된 긍정과 낙관을 성취하는 길인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 긍정과 낙관이라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 한발짝만 더 나아가 생각한다는게 정말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보통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니까.

 

  보편, 인류애 등과 같은 언사는 대개 힘을 얻지 못하고 주저않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해와 반목이 끓어넘치는 세상에서, 공생과 배려의 가치를 말하는 사람이 김새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도 같습니다.  달라이라마도 인류의 정신적 지주 답게 이런 신념을 설파합니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습니다. 일단 그 자신이 평생을 걸쳐 깨지고, 실패하고, 무너졌으면서도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과격해질법도 한데 결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전 그힘이 달라이라마의 종교인 불교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보편과 인류애는 나를 중심에 똘똘 뭉쳐놓고 그 외부를 그리는 차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공과 연기의 깨달음의 바탕에서, 나 또한 세상의 모든 존재와 뗄레야 뗄수 없는 인연으로 묶여있음을, 그는 뭉뚱그려진 사상이 아니라 삶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삶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한 깨달음은 어떤 상황이 자신을 후려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다는 말. 십분 공감합니다.

 

  우리는 항상 자유를 꿈꿉니다. 꿈꾼다는 자체가 어쩌면 오롯이 지금, 여기선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도 같을 것입니다. 항상 자유를 갈구하다가 현실을 팽개치는 그런 삶. 꿈꾸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제목의 의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떤 상황속에서도 삶을 통해 자유를 구성해갈 수 있는 능력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금 지금, 여기의 삶에 방점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배된자유라는 책제목을 보고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끝나고 생각해보니 정말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들었습니다. 해완씨가 말했던 시도도 정말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옥같은 가르침이 쏟아지는 세미나였습니다. 다음주에는 쓸데없는거 하러 가느라(채운쌤말씀) 참석 못할 것 같은데, 이브보다 재미없으면 가따와서 후회하겠죠.ㅎ 잘 놀다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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