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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먼 근대인, 파우스트

 

2부의 파우스트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맨날 맨날 도전하다 이제는 더 할 게 없었는지 파도를 이겨내고 싶다며 열의를 불 태우고, 훌륭한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인들을 내쫓고, 심지어 눈이 멀어 자기 무덤을 파는 삽질 소리에 환호하고.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근대를 그리고 싶어했다면 적어도 근대인의 이 미친 열정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얘가 왜 이렇게 됐나 싶은 의문이 생깁니다. 근대라는 게 뭔지, 어떻게 사람이 이 지경이 될 수 있는지(-.-)싶었달까요. 그냥 ‘파우스트’의 특징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함이 남습니다.

근대 이전에 세계는 모든 것이 완성 상태로 주어집니다. 질서잡힌 그레트헨의 세계처럼 태어날 때부터 관계, 계급, 도덕 등이 주어져있습니다. 심지어는 신탁에 의해 인간 운명이 예정되어있습니다.(신화의 세계) 그런데 인간이 신을 떠나게 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무너집니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얻고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신화의 세계는 공간적으로 완성된 유토피아라면 근대는 ‘세계가 시간화’되고 인간 역시 시간화된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어쩌면 거슬러) 끊임없이 창조하고 활동하는 인간. 자유와 도전의 시대이지만 동시에 방황의 시대이고 프로메테우스적 고통(?)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세계에서 굳이 돈이나 명예를 거머쥐려하고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건지는 저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돈이 없어 허덕이기는 하나) 돈과 명예를 좇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아해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파우스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부에서는 좀 헷깔리지만 1부에서 파우스트는 ‘영원한 순간’을 기대하지 않은 채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차라리 활동하고 도전하는 그 자체에 도취된 것 같습니다. 죽기 전 장면에서도 그가 정말 저 너머의 행복을 예감하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건설 중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돌진하고있는 그 상태에 도취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곧 따라올 허무감은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신도 집도 떠나온 근대인은 끊임없이 방황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레트헨이나 헬레나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것,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렇지만 우리들의 활동력을 쏟아야 할 것은 새로운 코스웍같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우스트는 수동적이다’ 이야기 듣고 보니 정말 그는 '메피스토-리모콘' 두드리기 외에는 하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걸 할까, 저걸할까 이런 식으로 고민하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했구요. 뭔가 그런 것을 넘어서는 행동방식이 있지 않을까, 영원하진 않겠지만 또한 영원한 순간을 만들어가는 그러한 삶은 불가능한 건가 싶기도 하고요.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소멸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음. 채운샘 말대로 이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구원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2주간 파우스트 재미있었어요. 담 주에 들풀도 기대됩니다^.. ^ 그럼, 조만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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