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공지를 씁니다ㅎㅎ 이번주에는 플로베르의 <성 안투안느의 유혹>을 읽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생각보다 성자 안투안느가 너무 쉽게 유혹에 빠져버리는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맥이 빠진다고 느꼈었어요. 아마도 사랑/믿음/희망에 신성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었던 것 같은데, 정작 그들은 믿어라! 기도해라! 괴로워해라! 라는 말만 남기고는 이내 악의 무리들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죠. 그리고 성자 앙투안느는 악마와 죄악과 논리 죽음에 이리저리 휩쓸리더니 다시 기도를 하는 고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성서와는 달리 모든 유혹에 굴복한 앙투안느... 플로베르는 이를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요?
플로베르가 살았던 19세기 근대에 책은 교육의 매개이자, 합리적 매개, 앎의 획득의 수단이라는 현재 우리가 아는 책의 특성이 드러난 때입니다. 이 시기에 백과사전적 저서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알다시피 책은 인간의 환상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합니다.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획득하고 요구하게 되는데요, 이에 대해 플로베르는 아는 건 많지만 인간은 점점 더 어리석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이 어리석음은 무지, 즉 '세계를 안다'는 착각이라는 환상이 두터워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실제와 환상을 구분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플로베르는 근대적 지식/어리석음에 대한 회의로 <애서광>과 같은 '책들로 된 책'을 저술하는 한편, 그가 쓰고 싶었던 책인 '무엇에 관한 것도 아닌 책'을 쓰게 됩니다. 근대 백과사전적 지식과는 다르게 어떤 정보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는 근대 이전 시기 책이 지닌 비의성과 비보편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성 앙투안느의 유혹>과 <보봐르와 페퀴셰>가 여기에 속합니다. 유혹으로서의 책이라 할 수있는 <성 앙투안느의 유혹>에서 성자 앙투안느는 모든 유혹/실제성에 불복당하는 어리석은 자로 나옵니다. 그에게 7대죄악/논리/죽음은 성스럽지 않은 영역 그리고 환상에 속하는 것으로 그가 부단히 고행하면서 멀리한 것들이지만, 그는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리고 말죠... 푸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자 앙트완에게 있어서 유혹을 받는다는 것은 반대로, 그가 믿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리에 섞여 있는 오류를 보는 것이며 유일신을 닮은 거짓 신들의 신기루를 보는 것이며, 섭리 없는 자연이 그 무한한 연장 속에, 살아 있는 힘들의 야만성 속에 버려지는 것을 보는 것이다." (도서관 환상)
앙투안느는 신에 대한 믿음, 신앙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버리게 되었고, 그에게 있어 환상인 유혹을 물리치려 했지만, 결국에는 물리치지 않게 됩니다. 환상은 물질의 세계에서, 실제로 나타납니다. 이는 환상과 실제가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람이 진리라고 붙드는 것은 늘 오류를 가진 것 그리고 이성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플로베르는 19세기 백과사전적 지식이 넘쳐나는 박학의 시대에 어떻게 책으로부터 환상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이는 책을 근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었으며, 작품안에서 그와 인물의 세계가 하나로 합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경험/사유와 일치되는 그의 글쓰기는 자신을 모르는 자신(타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앙투안느가 겪는 유혹은 성자가 실제적으로 경험하는 '타자되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푸코는 플로베르의 의식과 무의식이 이 책 한 권에 다 있다고 하였는데요, 플로베르의 글쓰기는 비개체적 역량으로 드러나는 것이었으며, 비식별의 지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 내가 아닌 나를 만나는 글쓰기..정말 막연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플로베르가 그의 삶을 문학에 대한 종교인으로 살았던 것. 앙투안느가 유혹을 겪고 고행하는 것에서 각자 자기 안에 어떠한 필수적인 것을 품고자 하고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는 열광적이고 변태적인 애정으로 내 일을 사랑합니다. 배에 상처를 입히는 거친 속옷을 사랑하는 고행자처럼 말이에요."
"글쓰는 일은 참으로 매혹적인 일이다! 글을 쓸 때면 더 이상 자아는 존재하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 있는 모든 창조물 속을 자유롭게 왕래하게 된다."
(너무 오랜만에 써서 분량조절 실패....ㅠ)
그럼 다음주 공지!!
다음 시간에는 이강영, <보이지 않는 세계> (휴먼 사이언스)를 읽습니다!
그리고 장소는 남산강학원에서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7월이네요...시간이 정말 빠르게 느껴져요.
여름인데도 감기 걸리신 분들이 계시던데 얼른 나으시길!
그럼 다음주에 봐요~~!!
새로운 공간 꾸리시느라고 다들 바쁘시겠네요..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리옵니다!! 날마다 새로 마음을 내고, 날마다 새로 시작하는 것. 그게 결국 제가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요새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더위에, 낼부터는 비도 많이 온다는데 쌤들(특히 채운쌤) 부디 잘 드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규문'이라는 이름이 참 근사하네요! 저도 조만간에 한번 놀러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