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우주(kosmos)의 생성은 실은 필연/운명ananke와 지성의 결합systasis으로 해서 혼성된 결과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성은 필연으로 하여금 생성되는 것들의 대부분을 최선의 것을 향해 이끌고 가도록 설득함으로써 필연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에 따라서 필연이 슬기로운 설득에 승복함으로써 태초에 이 우주가 이렇게 구성되었습니다."(48a)
지난 시즌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을 읽을 때에는, 그저 소크라테스라는 인간에게 푹 빠져 읽었다면 이번 티마이오스는 같은 플라톤의 글임에도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입니다. 저도 플라톤이나 이데아라는 말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어줍지도 않은 지식을 가지고선 날선 자세를 취하게 된다는.. 그런데 (플라톤 이후 전개된 철학의 흐름과 그 안에서의 플라톤이 차지하는 위치와는 별개로) 플라톤이라는 개인에게는 모든 논의를 상대주의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는 당대 소피스트들과의 대결, 견해(doxa)들을 구성해내는 정치방식으로서의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문제가 중요했습니다. 그에게는 올바른 기준이 절실히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데아, 그의 우주론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은 이 세계를 이루는 근본물질, 원소, 원자들에 대해 탐구했더랬지요. 그런데 플라톤은 질서와 원리에 보다 집중합니다. 원자론자들에 의하면 원자들의 이합집산인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에 보이는 '규칙성'에 주목. 그는 이 생성하는(불변하지 않는) 우주가 데미우르고스라는 선한 신이 '이데아(형상)'을 직관하여 '본'을 떠내 만든(이 능력이 지성nous) 모상이라고 보았습니다. 계절,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의 움직임의 정확한 반복. 그것은 선하고 옳으며 또한 아름답다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이끌어낸 확고한 가치(진, 선, 미)의 기준! 그런데 이 우주를 제작한 능력인 지성은 인간의 영혼에도 들어있으니 저 가치들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됩니다. 그러니 플라톤은 이 지상, 그리스의 정치는 그러니 '최선'의 국가라는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일까요. 이거 원. 후기를 쓰고 있는 저까지 뭔가 깝깝해지는 기분입니다만(제가 깝깝하게 도식화해서일까요..).. 우선은 플라톤을 끝까지 따라가야!
맨 처음 인용문을 마저 쓰면 요렇습니다.
"따라서 만약 어떤 사람이 우주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이에 따라 진실되게 말하려면, 또한 방황하는 원인의 종류를 함께 다루어야만 합니다. 즉 그것이 본성상 어떻게 운동을 일으키는지를 말입니다."
지성의 산물을 보았으니, 다음 시간엔 플라톤에 의하면 방황(!) 중인 필연의 산물과 지성과 필연의 결합까지. 끝을 보도록 하죠..ㅎ
5.16 일에는 <티마이오스> 끝까지 읽습니다. 발제는 택원이와 대해 쌤입니다~
이번 시간에 자리가 텅텅 비었었어요ㅠㅠ 다음 시간에 다들 돌아오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