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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름과 무기력에 푹빠져살다 이제 쓰는 후기.. 아등바등 살아도 잘 바뀌지 않고 어리석게 삽니다.  암튼 후기 시작하겠습니다.

 

1. 일상

 

  르페브르의 가장 큰 관심은 현대사회의 '일상'에 있었습니다. 일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사회주의 주류 학자들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통 사회주의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계급투쟁, 생산수단 , 노동과 같은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르페브르는 이런 분석틀이 더이상 현대사회에서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자본주의가 직접 조직해내는 우리의 일상적 측면에 주목했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말하고 움직이는 것, 어찌 보면 분석의 대상이 될 수도 없어보이는 미시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르페브르의 분석대상입니다. 공적 차원, 사적 차원 가릴것 없이 자본주의의 영향력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조건지워져 있다고 본 것입니다. 교육, 소비, 여행, 노동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어디서 부터가 우리 자신의 영향력이고 어디서 부터가 이미 조직된 영향력속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만큼 짜여져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노동과 여가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이제 여가는 일상의 파괴가 아니라 노동을 중심으로 짜여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르페브르는 말합니다. 비록 저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이 통찰을 현실속에서 실감합니다. 공부를 노동처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벌어서 한 방에 쓰는 것으로 삶의 보람(?)을 찾는 직장인처럼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중에도 '언제 이 공부가 끝날 것인지' 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들과 푸념을 나눕니다. '학기만 끝나면, 과제만 없으면, 시험이 언제 끝날지..' 그리고 공부가 끝나면 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불나방같은 유흥을 즐깁니다. 그 날 답안지에는 욕망을 절제하고 스스로를 경계해 올곧은 인격을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 나와선 저녁엔 술과 폭식, 좀 더 기분이 좋다 싶으면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곳에 가서 욕망을 바닥까지 긁어내고 옵니다. 그리고 다시 스트레스 투성이인 공부 '노동' 속으로 돌입..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써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예비 직장인으로써의 자질을 보장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써만 의미를 갖습니다. 여가를 즐길 '돈'을 버는 것으로써만 의미를 갖는 직장생활처럼.

 

2. 공간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조직해내는 일상이란 과연 우리 삶의 어떤 요소를 컨트롤 하는 것인가. 가장 주된 것은 공간의 재조직, 혹은 재배치 입니다. 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을 전유, 말그대로 다른 사용방식을 갖게끔 재편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친교를 가질수 있는 공유지였던 광장을 '카페'로 바꾼다던지, 눈요기가 될만한 자연환경이라면 모조리 '관광지'로 만들어 버린다던지하는 일들이 대표적으로 자본주의가 공간을 재조직하는 방식입니다. 이 '공간 재조직'은 우리의 일상과 상호 연관된 영향력을 주고 받습니다. 즉 자본주의가 공간을 그 소비기능에 따라 재조직하면 우리의 신체는 그 공간의 구성과 서사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우리의 신체는 그 공간이 존재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자본주의적으로 '재조직'해나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대안적인 삶을 구상해도 결국 현 사회의 모습과 비슷한 공간 양태를 생산해내게 되는 것입니다. 대자보를 붙일 공간을 마련해주고 학생들이 여기에 머문 순간, 치안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저항을 꿈꾸지 못하게 된 캠퍼스처럼..(이렇게 보면 몇년전 법인화 반대한다고 샤 문 위에 올라가 생쑈하던 학생회장은 혁명적 위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참 무서운 일인것 같습니다. 스스로 이 조직된 공간의 논리에 푹 젖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다른 삶을 조직해 내려해도 똑같은 논리에 따라 살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

 

3. 리듬

 

  그렇다면 르페브르는 이것을 왜 리듬이라고 부른 것인가. 저는 이것이 자본주의적 공간양태, 그것이 빗어내는 현대의 시간성, 그리고 우리의 신체가 하나의 화음처럼 맞아들어가는 모습을 이미지화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과,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공간,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숨쉬고 걷는 내 신체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앙상블이 만들어 내는 흐름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패턴들은 또한 중첩적입니다. 하루 동안의 패턴이 존재하고 일생의 단계마다 주어지는 패턴이 존재합니다. 곡 전체의 박자가 주된 흐름이 되는 가운데 소절마다 각각의 강세가 있는 음악처럼. 리듬분석가는 그러므로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그리고 우리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리듬을 읽어내고 그 추세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아감벤이 설명한 '동시대인'과 통하는 맥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밀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대를 초월해버린것도 아닌 위치에서 시대의 어둠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감벤이 말하는 '동시대인'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4. 남은 의문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힘은 그 누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그 체제의 유지, 심화를 위해 모든 자원이 효과적으로 재배치 된다는데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 이 추세가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도 동감하는 대목입니다. 세미나 틈틈히 나오는 캠퍼스 사회의 변화를 보면 더 밀접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공부, 소비, 생활, 인간관계.. 르페브르의 분석처럼 신자유주의적 흐름이라는 큰 리듬에서 보면 이 모든 일상적 요소들이 이 큰 리듬안에서 동질적으로 재배치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학은 더 장사하기 편한 공간으로 바뀌어 갈테고, 거기서 공부를 한다는 건 나의 유능한  '경영마인드'를 증명하는 일로 더 밀접히 귀결될 것입니다. 1년에 0.1씩 오르는게 경영대, 경제학과 복수전공 커트라인인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생적으로 체제의 역량을 끊임없이 획득해가는 자본주의적 리듬에 대항할수 있는 힘이 있을까요.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 동시대인으로써 살아간다는것 강조되지만 쉽지 않은 삶이란 생각이 더 자주 듭니다. 단순하게는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품고 사는 것, 사실 이건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내가 딛고 서있는 바탕을 어설프게 의심하고 비판하는일은 자주 비관주의로 저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할건데'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할말도 할일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용기가 없고, 의지도 굳세지 못해서 나약한 소리를 계속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전에 들었던대로, 존재를 통째로 걸고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한 뒤 내뱉는 '무력하다는' 말과(루쉰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습관적으로 '무력하다'고 징징거리는 말은 다를 것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 후자의 것입니다. 제대로 물어본적도, 뭘해본적도 없으면서 홀로 서있는것 같아 외롭고 감당안되는 현실에 자꾸 눈이 돌아갑니다. 

 

  모르겠습니다. 또 무력하다던지, 우울하다던지 하는 뻘소리만 할 것 같아서 더 적진 못하겠습니다. 감당안될 한 구절 적어놓고 후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요즘 학교에서 제가 다짜고짜 만든 세미나 때문에 니체를 읽습니다. 오늘 읽어서 그런지 꼭 나에게 하는 얘기 같아 잊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길을 물어가며 길을 찾으려 시도했다.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이것이 이제는 나의 길이다. 너희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 나는 내게 길을 묻는 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이를테면 모두가 가야할 단 하나의 길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중력의 영에 대하여'-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jerry 2013.11.20 00:42

     아등바등 산다고 했다가 한 방에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삶을 산다고 했다가.. 무력하다고 했다가 네 이놈! 아등바등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 인석 2013.11.20 22:41
    뭐...뭐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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