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라는 것이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동북공정, 독도같은 이야기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에 불을켜고 달려든다. 강의에서 꽂힌 구절이 있는데, '전통의 담론은 근대와 함께 등장했다.' 라는 것. 이렇게 생각하니 전통으로 불리는 것들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조선시대, 삼국시대에는 전통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한복도 조선시대 상류층의 옷이 아니던가. 서민들은 무명 천을 걸치고 살았을 터. 하물며 고려시대, 삼국시대, 더 거슬러 올라가 고조선, 아니 네안데르탈인은? 이제는 전통을 갖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 아등바등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사카구치 안고가 다 갈아엎고 쓸모있는 공장이나 세우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이라는 것이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스텝 하나가 끝났는데, 전반기 나름의 화두를 잡아보자면 '아름다움은 생활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라는 것. 초상화의 영원함에서 벗어나 거리 사진의 우연함을 말하는 아제, 궁리없는 아름다움을 말한 야나기 무네요시, 이번에 읽은 사카구치 안고.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것이 생활(우연)이다. '의미 부여하기'(영원)가 아닌 생활으로서의 아름다움. 그러나 자꾸만 실체를 찾게된다. '생활으로서의 아름다움, 궁리없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하고. 이건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한 공에 대한 집착인데 말이다. 어떤 질문을 나에게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고 이러다 택원이 깨닫겠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