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루쉰의 글을 읽으며 루쉰은 참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쩜 이리 간단명료하게 잘 쓸 수 있을까요. 평소에 서양, 서양하면서 허풍만 잔뜩 끼었던 저에게 루쉰의 글은 참 신선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 수록..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더니 이 길 걷다가 저 길 걷다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해매는 중 입니다... 


강의와 토론을 하기 전에는 혁명이라는 것이 참 달콤한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했습니다. 사실 최근들어 혁명은 아니어도 시위하는 많은 모습들은 달콤하고 안락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언론사에서 그런 식으로, 마치 행사 마냥 보도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강의를 들으며 가장 크게 느꼇었던 것 그리고 반성했던 것은 '혁명이라는 단어'을 너무 쉽게 떠들어대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쟁으로 내 몸에 사포를 갈듯, 피를 볼 각오가 없는 이상은 말입니다. 


좌익작가동맹에 대한 의견에서 루쉰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혁명은 고통 스로운 것으로서 그 중에는 필연적으로 오물과 피가 섞이게 되므로 결코 시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고 그렇게 완미 한 것이 아니다. 혁명은 더군다나 현실적인 일로서 여러가지 비천하고 번거로운 공작이 요구되므로 결코 시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혁명은 물론 파괴가 동반되나 그보다도 건설이 더욱 요구된다. 파괴는 통쾌한 일이지만 건설은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고 혁명문학에서 '혁명시기에는 못살겠다고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비로소 혁명문학을 창작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루쉰의 글을 읽기 전, 저는 문학이라는 말 대신에 사진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저와 친한 어떤 형은 사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시작하였는데, 사진을 하면 할 수록, 사진과 사진을 보여주거나 사진하는 스스로에서 느껴지는 환멸감 때문에, 그리고 사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학교를 자퇴하였습니다. 그 형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루쉰이 이야기 했던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첫 시간에 이야기 하신 '그냥'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저번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학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문학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어야 한다고, 희망은 공허한 것이다.'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루쉰은 계속 문학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아리송 했습니다. 도대체 이 언행상반은 뭔가.. 그러나 하나도 보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사진이란 것이 무력함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숨걸며 사진하는 것이 사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제가 사진을 찍어서 세상을 바꿨다면? 그 다음엔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참 공허할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문학을, 그리고 사진을 어떠한 것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어떤 목적이나 수단도 아니고 희망을 품지도 않은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사진이자 루쉰이 말한 문학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수업을 들으며 매일 제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었다고 생각했는데 늘 그것이 틀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틀렸던게 틀렸음을 알았습니다. 이게 또 언젠가 틀릴거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계속 우기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틀리기를 계속해서 기대하고 충격받고 인정하면서, 혁명을 혁명하고 혁명하고 혁명..... 하기를! 


참 얇은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을 다녀와서... 좀 늦어졌습니다. 다음부터는 빠리빠리하게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아무런 기대도, 위하지도 않겠다고 하지만 아직도 계속 사진으로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제가 참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 jerry 2013.10.08 22:35

    혁명을 책으로 배운 나는 혁명의 분위기가 어떤지 루쉰의 뜨거운 글로 겨우 짐작할밖에! 자 우리에게 혁명은 뭣일까나! ^^

  • 추극 2013.10.08 23:02

    결국 우리가 할 건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파고! 가고! ㅎㅎ

    고민하는 영돈! 찍고, 찍찍고, 찍찍찍고^^

  • 인석 2013.10.10 16:59

    미의 법문 읽고 후기를 읽으니,, 아무것도 기대하는 바없이 한다는 루쉰의 문학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면서 나오는 민예와 겹쳐보이네요.

    ..... 합의가 될까요? ㅋ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300 [리듬분석] 후기 2 인석 2013.11.13 4963
299 11월 14일 공지 추극 2013.11.08 5172
298 자크데리다의 텔레비전에 대한 탐색 후기 3 정영돈 2013.11.06 4843
297 11월 7일 공지 추극 2013.11.01 5170
296 여섯번째 텍스트, 조르주 디디 -위베르망 <반딧불의 잔존> 후기 2 정아 2013.10.27 5839
295 10월 31일 공지 1 추극 2013.10.25 5299
294 미의 법문 후기 2 택원 2013.10.23 5113
293 "예술의 에티카" step2 - 저항하니까 예술이다! 1 추극 2013.10.22 3657
292 10월 24일 공지 추극 2013.10.19 4637
291 10월 17일 공지 2 추극 2013.10.11 5418
290 김윤식 선생님 글 jerry 2013.10.11 4711
289 이번에 읽는 책이 뭔가요? 2 택원 2013.10.11 5580
» 루쉰의 혁명시대의 문학 외 후기 3 정영돈 2013.10.08 5929
287 발터벤야민 후기! 2 정아 2013.10.07 4921
286 10월 10일 공지 2 추극 2013.10.04 3824
285 10월3일 공지 2 file 추극 2013.09.28 4064
284 미학 안의 불편함 후기 2 택원 2013.09.22 5326
283 9월 26일 공지 1 file 추극 2013.09.13 4127
282 이브 시즌 4 첫시간 후기 1 인석 2013.09.09 4668
281 9월 12일 공지 3 추극 2013.09.06 415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