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우리는, 리 호이나키라는 낯선 이름을 만났습니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사나이가 보여준 삶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절친, 하지만 그는 '누구의 친구'로 묻힐 사람이 아니었죠. 이미 그 자신의 존재감이 대단하니까요.
우리는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진동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리 호이나키처럼 아주 작은 진동을 격렬한 지진처럼 느끼고 그 진앙지를 찾아 자기 바닥까지 내려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를 슬쩍 덮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나 싶게 스스로에게 묻고 묻고 또 묻죠. 내가 누리는 이 평안함은 온당한 것인가? 내 삶을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의 텍스트는 물음표로 가득합니다. 저는 이 물음표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내가 호이나키처럼 바닥까지 가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없더라구요. 이 정도가 바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바닥이 있었더라구요. 내가 스스로에게 참으로 관대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 호이나키의 치열함,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바닥까지 가야, 자신이 그동안 구축했던 세계가 무너져야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토론 시간에,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면서 갔던 호이나키의 인생 여정을 읽었으니 우리도 지금 어떻게 비틀대고 있는지 각자 얘길 해보자면서 이런저런 얘길 나눴더랬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들을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살면서 공부가 힘이 된다는 건, 최소한 이런 고민들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며, 적당히 묻어버리지 않는 걸 겁니다. 한 번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아요. 바닥까지 가 보아요.
다음 시간이 이브의 마지막 세미나입니다. 한 주 또 힘내시고 다음 주에 씩씩하게 만나요. ^^
10/7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고이데 히로아키, <원자력의 거짓말>
2. 자진발제 : 지연(자기 것 포함 13장 출력)
3. 공통과제 : 모두(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숙제방에 꼭!!
4. 간식 : 덕순
제가 빠진 한 주, 리 호이나키에 흠뻑 빠지셨다는 소식,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반장의 후기를 보니 어떤 얘기들을 나누셨는지 더욱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