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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이리 멋지게 산 사람이 많을까요? <노동 일지>는 우리 모두를 멘붕에 빠뜨릴 만큼 어려웠지만, 시몬 베유의 불꽃같은 삶 - 그녀에게만은 이 표현이 전혀 진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의 주인공 죠가, 벤텀급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와의 15라운드 대 접전을 끝내고 자기 코너로 돌아와, 지친듯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웃는 얼굴로 죽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모두 다 불태웠어. 새하얗게..." 죠의 마지막 나래이션은 제 가슴을 미친듯이 뛰게 만들었죠. 시몬 베유의 삶 역시도 그렇습니다.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들이 칠십, 팔십 동안 쓸 에너지를  서른 넷의 짧은 시간동안 폭발적으로 쓰고 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야말로 세네카가 말한 것처럼 매 순간을 죽는 날 처럼 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시간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힌 일에 대한 시몬 베유의 독특한 해석이었습니다. 예수는 모든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해 그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은 것이 아니라, 고통이 인간의 실존적 조건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타인의 모든 고통을 받아들인 것이라고요. 중력의 작동 하에 있는 이 세상은 필연성의 세계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고, 사는 동안에는 무수한 고통에 시달리죠. 그 누구도 이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너무 고통스럽다, 괴롭다. 이때 인간은 종교에 의탁합니다. 종교를 믿음으로써 고통을 벗어나 구원받고자 합니다. 아니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고 고통을 없애려고 하거나요. 그녀는 말합니다. 고통을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고통이 필연적인 것임을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겨울을 춥다고 없애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고통 역시도 인간 실존의 조건임을 받아들일 것!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떻게 고통을 잘 살아낼 것인가, 고통 자체가 될 것인가겠죠. 인간의 삶에서 고통은 필연적인 것임을 자각하고 받아들인 자만이 타인의 고통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만 공감하지만 시몬 베유가 말하는 것은 훨씬 근본적인 차원입니다. 고통의 필연성을 인식한 자는 자기에게 함몰되었던 시선을 옮겨 밖으로 향하게 됩니다. 드디어 자기를 내려놓고 타자를 향해 열리게 되는 것이죠. 자기 비움, 그리고 타자로의 열림이 바로 신의 무한한 사랑의 실천인 것입니다. 예수가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힌 일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시몬 베유는 해석했던 겁니다. 고통을 산다는 것, 고통 자체라는 말의 의미를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중력이 작동하는 세계, 즉 필연성의 세계와 신의 무한한 사랑, 은총의 세계의 중간에 위치하는 존재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시몬 베유의 해석이 놀랍지 않나요?   

   이처럼 그녀의 철학은 고통과 사랑, 중력과 은총을 하나로 꿰는 철학입니다. 자연이 신에게 복종하듯이 우리들도 신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타인이 아니라 필연성에 복종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신에 대해 복종하고자 했던 그녀는 모든 억압에 저항했던 것입니다. 말년의 그녀의 삶이 이와 같은 그녀의 철학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 것이구요. 결국 존재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칙, 타자의 지배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 수 있는 힘은 바로 그것에서 추동되기 때문이겠죠.

   연일 상쾌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시고 다음 주에 모두 꼭 보아요!! 결석은 이제 그만~ㅠㅠ



9/23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1장, 4장  

                             지난 세미나 때 받으신 프린트, 꼭 가져 오세요!!

 2. 발제 : 덕순(자기 것 포함 13장 출력)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숙제방에 올리는 것 잊지 마세용!

 4. 간식 : 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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