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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反자본 발전 사전>>의 저자들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개념들을 재고할 것을 요청합니다. 발전, 평등, 도움, 요구, 빈곤, 생산, 진보, 자원 등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전혀 의심해 보지 않은 개념들을요. 

  '인간답다.' 도대체 뭐가 인간다운 걸까요? 어떤 것이 인간다운 삶일까요? 그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할 수 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삶의 양식들, 앎들, 노동의 방식들이 이 정도는 돼야 인간답다고 하는 '생활 수준', '기본 요구'라는 기준에 의해 잘려나갔을까요? 어느 수준 이상으로 모든 인간이 살아야 한다는 발전 논리에 먹혀버렸을까요? 배움도 치료도 태어나는 자를 맞이하고 죽은 자를 보내는 방식도 모두 제도 안에 갇혀 버린 지금, 우리는 제도가 아니면, 시장원리 즉 돈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신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이렇게 삶의 모든 경험에서 수동적이고 스스로를 소외시킨 적도 없었을 겁니다. 

   저는 이번에 아프면서 정말 뼈저리게 저의 무능력함을 느꼈습니다. 아프자마자 당연하게 병원으로 달려갔으니까요. 제도에 기대는 것 말고 병이나 고통을 맞이할 아무런 앎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심지어 관계 속에서 방법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죠. 그 동안 공부한 것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원...결국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장 원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던 셈이죠. 전문가에게 아픈 몸을 맡기며 느꼈던 나 자신에 대한 소외감을 다시는 느끼고싶지 않습니다. 환자가 되는 순간 저는 그저 병원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적용할 '대상'으로 전락하더군요. 그 과정에 제가 할 일은 없었죠. 저는 아픈 몸만 대주고 그들의 진단에 따라 기계에 몸을 맡겼으니까요. 어이쿠야, 생각해 보니 이런 굴욕이 없네요. 헐~ 

   제도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경험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발전의 모델이 되는 이른바 잘 사는 나라들이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인간다움의 기준, 다시 말해 이 정도는 먹고 입고 교육받고 치료 받고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기준으로 인해 생긴 제도는 우리에게 철저한 수동성만을 요구할 뿐입니다. 너희들은 우리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야 돼!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비정상이나 인간 이하가 되는 거죠. - -;; 철저하게 수동적 주체가 될 것, 정해진 표준적 삶에 복종할 것. 우리가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삶이 바로 노예의 삶에 다름 아닌 것이었습니다. ㅠㅠ 

   빈곤은 발전 논리가 만든 것일 뿐입니다. 너희들 기준에 못 미치는구나. 아이고 불쌍해라. 우리가 도와줄 테니 너희도 교육 받고 공장 다니고 돈 벌면서 인간 답게 살아. 원조의 논리는 바로 이처럼 상대적 우월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부와 명성 모든 것을 버리고 객지에서 죽은 톨스토이, 월든 호숫가 통나무집에서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짓고 살면서 새로운 경제학을 실험했던 소로우, 밀려오는 산업화에 맞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의 삶을 부르짖으며 물레를 돌렸던 간디가 과연 가난한 사람들일까요? 발전 담론 속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분명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산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시장 논리와 제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삶의 양식을 구성한 능동적 주체로 삶의 경험 속에서 소외됨 없이 충만함을 느끼고 살았다는 점에서 고귀합니다. 가난하지만 더없이 풍요로운 삶. 그들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삶을 가난하다고 일축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삶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런 삶 말고 다른 삶은 불가능한가? 지금 우리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가? 정상적 삶이라고 추종하고 있는 것이 정말 정상적인 것인가? 라구요. 지금 우리 각자에게 닥친 절실한 문제를 잘 생각해 봅시다. 만약 이번 학기 이브를 통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어떤 생각 하나를 깰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삶과는 다른 삶, 자신만의 삶을 발명할 첫 걸음이 될 겁니다.  

   <<反자본 발전 사전>> 중 각자기 읽은 것 외에 3장 평등, 4장 도움, 6장 요구, 12장 생산, 13장 진보는 반드시 꼭 읽어 보라는 채운샘의 추천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시간내서 꼭 읽어 보시길!!  

   9월 초에 맞는 너무 이른 한가위네요. 추석 잘 쇠시고 둥근 달 보고 소원도 비시고 다음 다음 주에 건강하게 만나요~~^^ 

         

 

9/16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시몬 베유, <노동일지>  

 2. 발제 : 지연(자기 것 포함 13장 출력)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숙제방에 올리는 것, 잊지 마십쇼!

 4. 간식 : 영수샘


  • 신지윤 2014.09.05 20:33

    저도 무릎을 다쳤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력해지더라구요ㅠㅠ오늘부터 연휴라 학교에서 노동일지 책 빌려와야하는데 깜빡해버렸어요 으악~~

  • 영은 2014.09.05 22:56
    뭐야 최근에 다친 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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