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처음에 아이는 한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르고, 목표도 없이,

그토록 생각 없이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돌연 교실이라는 경계와 감금과 공포에 맞닥트리고

유혹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상상의 전기Imaginary Biography'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그렇죠. 우치다 타츠루가 <하류지향>에서 말했듯 배움은 자신이 뭘 배우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타인이 부여한 목표없이, 또래들과 어울려서 놀면서, 부모와 혹은 동네 어르신과의 관계에서 아이들은 이미 무언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교실에 앉혀놓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자."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배우자."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우자." 이제는 하물며 "줄넘기 하는 법을 배우자." 이럽니다.  마을, 공동체가 깨어진 지금의 우리들에게 교육은 오로지 학교라는 제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률적 삶의 목표에 아이를 가둔 채 말이죠. 

   그나마 제가 어렸을 땐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적었어요. 지금의 보습학원 같은, 학교수업을 보충해주는 학원이란 것도 없었죠. 뭘 하고 놀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학교 끝나면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신나게 놀았습니다. 저는 친구네 집에 가는 걸 참 좋아했어요.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것도 좋아했죠. 또 그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까 집으로 전화를 걸면 반드시 친구 부모님과 통화를 해야 했습니다. 집을 오가는 사이니 전화를 통해 짤막한 대화를 하기도 했죠. 지금 아이들은 친구네 집에 놀러가기도 하나 모르겠습니다. 친구 부모님 목소리를 들을 일이나 있을까요? 아니 친구 부모님이 누군지는 알까요? 어렸을 때 부모님께, 남의 집에 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른들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화는 어떻게 하고 받아야 하는지 주의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실습할 기회는 충분했죠, 뭐. 그렇게 동네에서 서로의 집을 오고가고 놀면서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웠으니까요. 

    간디도 그런 얘기를 합니다. 삶의 터전, 마을, 공동체의 얘기를요. 그에게 교육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마을을 빼놓고는 이야기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영국으로부터 밀려오는 산업화, 모두가 공장에 들어가지 않고는 먹고 살수 없다는 생각으로부터 인도를 지키려고 합니다. 왜 간디는 실업교육을 강조했는가. 왜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작업, 몸을 쓰는 교육을 먼저 하도록 했는가. 산업화로부터 벗어난 삶, 자급자족하는 공동체의 삶, 마을을 떠나 고위직이나 사무직을 얻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배움이 자신이 사는 마을에 선물이 되는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학교는 교육 서비스를 사고파는 장소가 되어 버렸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신뢰를 바탕으로 한 스승과 제자 사이의 배움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된 것이죠. 생각해 보면 스승은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자를 촉발시키고 배움의 길로 이끌기는 하지만 정작 이건 뭐야 라고 직접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죠. 그렇게 가르칠 수도 없구요. 걷는 걸 타인이 대신 해줄 수 없듯, 배우는 것 역시도 그런 것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나를 이끌 스승과 배움을 함께 할 친구는 필요합니다.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는 이런 관계, 즉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한 스승과 제자, 친구 관계는 가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지식 판매자, 아이들은 구매자, 친구는 학교와 학원으로 지식을 같이 사러 다니는 쇼핑친구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고민해 봐야겠죠. 이반 일리치가 얘기했듯 어떻게 탈학교화를 이룰 것인가, 즉 교육의 제도화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의 터전을 배움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요. 일단 규문이 그런 실험의 장이기도 하죠. 이곳에서의 배움이 어떤 목적도 없이 그것 자체로 충만한 기쁨일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우리의 사유를 전복시킬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르고, 목표도 없이 배워 보아요! ^^

   목요일. 비가 오네요. 왠지 비가 오고 나면 가을이 아주 가까이 와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주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또 씩씩하게 만나요. ^^

 

 

8/26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김종철, <간디의 물레> (녹색평론사) 

 2. 발제는 없습니다.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 

                       (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꼭, 반드시, 기필코 숙제방에 올려주셈!!

 4. 간식 : 홍명옥 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340 [이브의 밥상] 11/20 첫 번째 공지!! 영은 2014.11.14 10598
339 [이브의 밥상] 문화인류학으로 본 경제 27 file 영은 2014.10.23 14073
338 이브 에세이 발표 후기 및 자기주도세미나 전격 제안!!! 12 영은 2014.10.16 2378
337 10월 14일 에세이 발표 공지!! 5 영은 2014.10.09 1932
336 10월 7일 공지 4 영은 2014.10.02 2043
335 9월 30일 공지! 영은 2014.09.25 1673
334 9월 23일 공지임다~ 영은 2014.09.19 1815
333 9월 16일 공지! 2 영은 2014.09.05 3335
332 9월! 2일 공지 영은 2014.08.28 1784
» 8월 26일 공지 영은 2014.08.21 3263
330 8월 19일 공지 영은 2014.08.15 1952
329 8월 12일 공지임다~ 영은 2014.08.08 1716
328 8월!! 5일 공지 3 영은 2014.07.31 4901
327 7월 29일 이브 공지~ 영은 2014.07.24 1606
326 7월 22일 공지 2 영은 2014.07.17 2146
325 [이브new시즌] 불복종의 힘 27 채운 2014.05.28 5624
324 '신화와 종교' 시즌1 후기 2 영은 2014.05.19 2368
323 신화와 종교 후기 혜원 2014.05.12 2220
322 "신화와 종교" 파이널 후기 태람 2014.05.08 2474
321 [자료] 톨스토이-나는 무엇을 믿는가 file 태람 2014.05.01 99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