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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살이 6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6살 짜리가 열받아서 "이 쪼끄만 게~" 하면서 5살을 때리려고 했죠. 그때 5살 꼬마의 누나가 끼어듭니다. 하는 말이 "나 7살인데, 얘가 아직 5살이라 뭘 몰라. 니가 형이니까 이해해라." 6살 먹은 아이는 얘기를 듣더니 아무말도 못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얼마전 제 조카들에게 있었던 일입니다. 어제 저 얘기를 듣고 빵 터짐과 동시에 너무 놀랐는데 저 순간에 아이에게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하여 "내 동생 때리지마!"가 아니라 "얘가 어리니까 형인 니가 이해하라" 이런 말이 나온 거죠. 그 말을 알아들은 아이도 놀랍지 않나요? 어린애가 뭘 모르고 그러는 거구나 하고 그 상황을 이해한 거니까요. 허~ 애들이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요즘 스트레스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거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닥치면 "번연계에 들어가지 말고 전전두엽에 머물러 있으라."고요. 즉 뇌를 '부정적인 감정상태'에서 '긍정적인 사고상태'로 돌리라는 거죠. 쉽게 말하면 감정에 휩싸여 자제력을 잃지 말고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이해하라는 겁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한껏 몸을 긴장시키고 그 상황에서 도망칠 테세에 돌입합니다. 고통, 아픔, 짜증,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야 거기서 피할 생각이 들겠죠.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런 감정상태에 빠지는 것은 생존본능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인류는 바로 스트레스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과거에 인간보다 강한 동물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맘 편한 곳이 어디 있나요. 허~ 그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안구 바로 위에 있는 전전두엽을 쓰랍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 감정에 돌입할 때, 지금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는 이성을 작동시키라는 거죠.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짜증이 났구나. 이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하면 화가 나는구나~'를 보고,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그것이 정말 화를 낼 만한 일인 건지, 그야말로 상황을 두루두루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뭐 다 들어본 얘기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만, '아, 그렇지!'하고 무릎을 쳤던 건 이래야 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훈련! 수양, 수련이라고도 부르는 그것입니다. 감정에 파묻히지 말고 이성을 작동시켜라. 상황을 이해해라. 그건 잘 안 되니 훈련해라.     

  톨스토이는 말합니다. 행복은 동물적 자아를 인간의 이성에 종속시킬 때 얻게 된다고. 그가 말하는 이성은 삶의 조건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말합니다. 자기 한 몸을 떠나 우주적 차원에서 존재를 사유하는 거죠. 자기에게 나쁜 것, 고통스러운 것, 괴로운 것이 없는 상태를 우리는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추구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경우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나쁜 것 하나를 제거하고 나면 또 다른 나쁜 것이 생길 테니까요. 톨스토이는 우리가 제거하고 싶어하는 극단, 죽음에 대해서 아주 길게 얘기합니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가 소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생각해 봐라, 우리는 매 순간 소멸을 경험하고 있지 않느냐. 생각도 인식도 우리 육체도 매순간 소멸하고 다시 생기고 있는데 왜 죽음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냐는 겁니다. 또한 전체 생명의 차원에서 보면 자기 한 몸의 소멸이 생명의 소멸은 또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까 인간은 자기 한 몸에 갖힌 좁은 소견으로 이렇게 무상(無常)하고 매순간 생사를 반복하고 있는 삶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자기를 유지시키려 애쓴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자연에 반하는 일이죠. 자연은 자기를 유지하려고 변화를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화 자체가 존재임을 시시각각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인간만이 변화를 보지 못하고 나한테 좋은 것을 실체화하여 붙잡으려고 합니다. 좋은 것을 유지하고 싶다. 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서요.

  삶에 대한 이해, 생사에 대한 이해, 인간 조건에 대한 이해. 이것으로부터 사랑도 생겨난다고 톨스토이는 말합니다. 한 번의 전투에 만 단위 혹은 십만 단위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묵자라는 사람이 겸애(兼愛)를 주장했습니다. 친소(親疎)의 차별없이 두루 사랑하자는 혁명적 주장이었죠. 물론 유가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그들도 물론 사람을 사랑하는 인(仁)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친친(親親), 다시 말해 가까운 사람부터 먼 사람으로 확장해 나가는 그런 사랑이었거든요. 봐라, 여기 너의 아이와 니 이웃집 아이가 있는데 누가 더 소중하냐? 당연히 자기 아이가 더 소중할 거 아니냐. 그게 인지상정이다.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유가는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묵자의 차별없이 모두를 두루 사랑하자는 말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 거죠. 그런데 묵자의 겸애는 유가가 말하는 감정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입니다. 공감과도 비슷한데요. 이 전쟁의 시대에 내가 살고 싶은 것처럼 남들도 그렇다는 겁니다. 그걸 이해할 때 아, 저들도 나처럼 살고 싶구나라는 것을 공감할 때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게 된다는 겁니다. 재물이 있는 자는 재물을 나누고 기술이 있는자는 기술을 나누고 먹을 것이 있는 자는 먹을 것을 나누고 힘이 있는 자는 힘을 나눕니다. 묵자는 그렇게 누구 하나 배제하지 않고 다같이 살자는 얘기를 했죠.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나눔. 이것이 전쟁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무기라고 묵자는 생각했습니다. 아마 톨스토이가 말하는 사랑도 단순히 감정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인간의 이성, 즉 삶에 대한 통찰 없이는 사랑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니까요. 그 문제는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할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던 사랑과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사랑이 얼마나 다른지 더 생각해 봅시다.

   인간의 조건이며 특권이기도 한 이성.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과연 나는 생각을 하고 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막 사는 거죠. 고작 생각을 한다해도 생각의 전복을 일으키는 사유가 아니라 표상을 덧붙여 고통을 가중시키는 망상만 잔뜩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헐~ 톨스토이는 우리가 아무 회의 없이 사용하고 있는 행복, 사랑, 신, 고통, 죽음 등의 단어를 전복시켜 완전히 새롭게 사유합니다.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그걸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튼, 다음주에 톨스토이에 대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해요.        

   주말 잘 보내시고, 이 더운 여름,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오십이 넘어 자신에게 엄습한 허무와 어떻게 대면하고 있는지, 용감한 사나이의 쎈 투쟁을 뜨겁게 느껴보아요~ 그럼 다음 주에 씽씽하게 만나요~ ^^ 




8/12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톨스토이, <참회록> (출판사 상관 없습니다.) 

         <참회록> 읽고 <인생론> 1, 2, 15, 16, 18 ,19, 23, 34, 35장 다시 읽어 보시길!  

 2. 발제 : 샨티 (자기 것 포함 14장 출력)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 

                       (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영은조 8장 출력)

 4. 간식 : 선영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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