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3때 많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픈, 소위 고3병이란 걸 앓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과목 선생님이 웃으면서 아주 끔찍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얘들아, 만약에 평생,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둘 중 하나를 안고 살아야 한다면 너희들은 어떤 걸 선택할래?" 이러셨던 거죠. 우리 모두 꺄!!!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둘 다 싫어요!!!!" 아니 무슨 저런 악담을 하냐, 속으로 욕을 했더랬죠. 그때 선생님은 이놈의 스트레스라는 건 고3이 지나면 끝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저 목디스큽니다. 오른팔이 너무 저려서 앉아있거나 자판을 두드리면 아파요. 교정하는 분이 그러더군요. 온 몸이 긴장상태로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한마디로 스트레스 만땅 상태라는 말입니다. 만약에 고등학교 때 그 선생님이 다시 나타나 배 아픈 거, 머리 아픈 거, 팔 저린 것 중 선택하라 한다면... !!!! 아, 생각만 해도 싫군요. ㅠㅠ 문제는 살면서 어찌 됐든 스트레스 받을 상황에 처할 것이고, 그 스트레스에 자신을 방치하면 저와 같이 선택항목만 늘어날 거란 겁니다. 

  간만에 관악산에 갔습니다. 그나마 걸으면 덜 아프고 땀 흘리면 기분이 좋아져서요. 가파른 길을 오르는 데 마치 숨이 넘어갈 것 같더군요. 바위에 앉아 숨을 몰아쉬는데 거기엔 살려고 어떻게든 공기를 들이마시려 애쓰는 제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 생생하게 '숨쉬고 있는 나'로만 존재하는 내가 느껴지더라구요. 

  소로우는  왜 사람들은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애쓰면서 자신을 소모하는가라고 묻습니다. 수렵채집을 하던 사람들이 농부가 되고, 그 농부는 다시 또 공장의 노동자가 되어 무엇을 위해서 자신의 에너지를 그렇게 쓰는가 말이죠. 거기에는 더 많이 갖는 삶,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겁니다.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2년여를 살면서 실험합니다. 그 많은 것들이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인가. 결론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니 우린 생각해 봐야겠죠. 왜 이런저런 것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를요. 그것이 없으면 살 수가 없고 그래서 그것을 꼭 사야하고 그래야 만족하는 우리 시대의 경제학을 소로우는 뒤집습니다. 욕망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어떻게 다른 경제학이 가능할 것인가. '무엇을 가지는 것'이 만족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 이외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만족이 되는 삶에 대한 실험이 바로 월든에서의 삶이었습니다. 하니 소로우의 소박한 삶이란, 부자를 욕망하고 없음을 부끄러움으로 생각하는 가난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의 소박한 삶은 자발적 가난이며 가난함을 전혀 수치나 결여로 느끼지 않는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그러니 월든에서의 소로우의 삶을 자연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 삶 정도로 오해하면 안 되는 거죠. 그의 삶은 모두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삶에 대한 반기이며, 모든 것을 생산과 소비, 노동과 자본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에 대한 전복이므로 조용하지만 가장 급진적인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바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왜 욕망하는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만족한다는 건 뭔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우리 시대는 욕망이 구매력으로 창출되는 시스템 속에 있기 때문에 모두가 비슷한 것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욕망은 그렇게 비슷하지 않습니다. 하여 자신의 욕망을 발명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정말 내가 그것을 원하는가를. 혹 많은 사람이 원해서, 미디어의, 어느 전문가의 속살거림 때문은 아닌지를. 우리는 정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소로우는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는 거둬들여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간소화를 외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상식과 전통과 관습의 외부의 소리만 들으니까요. 각자 내면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들으라. 그  북소리에 따라 고귀한 삶을 살라. 이것이 소로우의 삶이 보여주는 조용하지만 큰 외침이 아닐까요?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와 보면, 만약 온전히 순간을 경험하고 살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숨이 가빠서 숨을 들이쉬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그 순간 스트레스틑 받는가 말이죠. 왜 그 순간에 있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를 끌어들이거나 다른 사람이나 지금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끌여들이는 걸까요? 소로우는 그걸 탐욕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이외의 것을 갖고자 하는 것을 그렇게 불렀던 것처럼 말이죠. 나는 뭘 욕망하고 있나? 무엇에 대한 스트레스가 몸을 이렇게 만들었나? 좀 많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프니까 비로소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픈 와중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더운 여름 한복판에서 건강한 한 주 되시고, 두루두루 절대로 팔 저릴 일이 없으시길 간절히 바라오며, 다음 주에 싱그럽게 만나요~~^^ 



8/5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톨스토이, <인생론>

                            (출판사 상관 없습니다.) 

 2. 발제 : 샨티 (자기 것 포함 14장 출력)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 

                       (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태람조 8장 출력)

 4. 간식 : 홍명자 샘


- 다음 주 이브에 한 분 더 오십니다. 출력 매수에 변동이 있으니 신경써 주시와요~

- 그리고  꼭!! 공통과제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우리 막내 지윤이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다른 조 글도 읽고 싶다고 했습니다. 설마 지윤이를 실망시키지는 않으시겠죠? 

  • 지윤 2014.08.02 01:36

    악ㅋㅋㅋ쌤~이렇게 실명을 거론하실 줄이야....공지글 잘 읽었습니당!

  • 태람 2014.08.02 14:21

    너도 아프지 않게 조심하라고 경고하던 언니의 말이 귀에 생생하네요.ㅋㅋ

    산에 가다니..이 더운데~~그래도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 힘내요! 

  • 김덕순 2014.08.04 02:07

    언니! 히임내세요! 으랏챠챠챠챠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340 [이브의 밥상] 11/20 첫 번째 공지!! 영은 2014.11.14 10598
339 [이브의 밥상] 문화인류학으로 본 경제 27 file 영은 2014.10.23 14073
338 이브 에세이 발표 후기 및 자기주도세미나 전격 제안!!! 12 영은 2014.10.16 2378
337 10월 14일 에세이 발표 공지!! 5 영은 2014.10.09 1932
336 10월 7일 공지 4 영은 2014.10.02 2043
335 9월 30일 공지! 영은 2014.09.25 1673
334 9월 23일 공지임다~ 영은 2014.09.19 1815
333 9월 16일 공지! 2 영은 2014.09.05 3335
332 9월! 2일 공지 영은 2014.08.28 1784
331 8월 26일 공지 영은 2014.08.21 3263
330 8월 19일 공지 영은 2014.08.15 1952
329 8월 12일 공지임다~ 영은 2014.08.08 1716
» 8월!! 5일 공지 3 영은 2014.07.31 4901
327 7월 29일 이브 공지~ 영은 2014.07.24 1606
326 7월 22일 공지 2 영은 2014.07.17 2146
325 [이브new시즌] 불복종의 힘 27 채운 2014.05.28 5624
324 '신화와 종교' 시즌1 후기 2 영은 2014.05.19 2368
323 신화와 종교 후기 혜원 2014.05.12 2220
322 "신화와 종교" 파이널 후기 태람 2014.05.08 2474
321 [자료] 톨스토이-나는 무엇을 믿는가 file 태람 2014.05.01 99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