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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부 인사와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던 끝에 친구가 묻더군요. "어때?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사니까 좋아?" 곧바로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있다가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 그 짧은 1년의 시간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판에 몸과 마음이 적응해가는 좌충우돌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구요. "힘들다." 친구는 왜 하고 싶은 일은 하는데 힘들다고 하는지 의아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들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아느냐. 마지 못해 저러고 나와서 일들을 한다. 그래도 넌 하고 싶은 거 하지 않느냐.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편할 거 아니냐. 

   그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힘이 드는 걸까. 몸은 당연히 힘듭니다. 매일 해야할 공부들이 쌓여 있으니 잠도 잘 못 자죠. 그런데 꼭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했던 고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고민을 제가 여전히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아마 친구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최소한 그런 고민은 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죠. 사람이 사는 일인데요. 뭘 하며 살든 온갖 인연과 관계와 사건 속에서 마음은 날뛰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직장 다니던 때와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고민이 조금 구체적이 되었다는 것. 공부를 하면서 산다는 것은 뭔가. 나는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뭐고, 공부를 나눈다는 건 뭐고, 지식공동체를 꾸려간다는 건 뭔가. 이런 고민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니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요동 칠밖에요.  

  뭘 하든, 즉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든, 싫은 거 억지로 하며 살든 산다는 건 힘이 드는 일같습니다. 몸을 쓰고 마음을 써야 하니까요. 생명을 유지하고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하는 일이 어디 쉽나요? 아이가 태어날 때 왕~하고 우는 건 앞으로 고생할 것을 알기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며 살기가 힘이 드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바로 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 어떤 윤리, 어떤 자기 합당함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바로 에티카의 문제입니다. 이브(EVE 에티카 vs 에티카)에서 공부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겁니다.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의 '신화와 종교'라는 주제로부터 변주하여 종교적인 삶을 산 인물들을 탐구할 예정입니다. 신화학자 엘리아데는 종교'적'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종교적 인간은 신을 믿는 인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만물과 관계를 다르게 설정할 줄 아는 인간이 종교적 인간입니다. 신화시대인들은 동물을 단순히 먹을거리로 보지 않았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동물을 사냥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내가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너에게 먹히리라, 하니 이번 생에는 네가 나에게 먹혀다오."라는 마음으로 동물을 대했습니다. 때문에 동물을 잡는 행위, 먹는 행위, 그 유해를 처리하는 행위는 더 없이 조심스러웠고 신성했습니다. 자신의 이해(利害)를 넘어 사유하는 것, 대상과 나의 자리를 바꿔 생각할 줄 아는 것. 이런 인간이 바로 종교적 인간입니다. 

   우리가 만날 간디,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 소로우, 시몬 베유는 어떻게 세상과 관계를 맺었을까요? 어떤 윤리와 자기 당당함을 가지고 살았을까요? 왜 그들은 복종할 수가 없었던 걸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묻겠죠. 자, 나는 이렇게 살았어요. 당신은 어떻게 살래요? 

  이번 학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소유'라고 합니다. 내가 욕망하는 것 안에 얼마나 많은 착취의 관계와 시스템이 들어있는가를 사유할 수 있을 때, 능력이 되는 한 가질 수 있는 만큼 많이 가지는 것이 미덕인 이 사회에서 다르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무소유는 그 무기가 되는 거죠. 이번 시즌 내내 하나의 화두로 새기고 또 새기며 텍스트를 읽어 보아요. ^^ 

  


7/22 세미나 공지


 1. 읽을 텍스트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 

 2. 발제 : 선영, 강지

 3. 공통과제 :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 

 4. 간식 : 영은



*처음 오신 분들을 위한 공지~


 1. 공통과제는 발제자를 제외한 모두가 매주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씁니다. 그 주에 읽은 텍스트 중 가장 인상 깊었거나 잘 이해가 안 되지 않거나 같이 얘기해 보고 싶은 구절, 단락을 베껴 쓰고 어떤 점에서 인상이 깊었는지 뭐가 잘 모르겠는지 등등을 써 오시면 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부담 갖지 마시고 나와 텍스트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쓰시면 됩니다. 쓰신 후에 숙제방에 파일 올리시는 것 잊지 마시구요. 형식은 페이퍼 맨 위에 "이브 공통과제, 2014년 7월 22일, 아무개"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잘 모르시겠으면 숙제방에 올라와 있는 공통과제를 참조하시와요~) 


  2. 발제는 공통과제를 좀 더 심화 발전시켜서 텍스트 전체로 확대해 하나의 주제로 꿰어 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이 써오는 것을 보고 참조하시면 될 듯. 매주 2명씩 돌아가면서 쓰는데 이번 시즌은 모두  2번 정도 쓸 것 같네요. 


  3. 간식은 저녁을 먹지 않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세미나도 10시 정도에나 끝나므로 공부하는 데 반드시 꼭 필요합니다. 하다 보면 아시겠지만 실은 먹기 위해 공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죠. ㅋㅋ 채운샘까지 저희 총 14명이므로 적당한 양을 부탁드립니다. 매 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준비하는데 제가 전 주에 미리 말씀드릴게요. 김밥, 빵, 과일, 떡, 샌드위치,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요기가 될 만한 것이면 좋습니다. (쓰레기 많이 나오고 몸에도 안 좋은 과자 등은 X)


  4. 세미나 끝나고 자신이 쓴 접시, 포크, 젓가락, 컵 등은 반드시 씻어 주세요.  


  5. 지각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선물은 성실한 자세입니다. 제가 누구를 꼭 집어서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만, 항상 늦는 사람만 늦고 늦어도 5분, 10분 늦는데요. NO! 아니되옵니다!  사정이 있으시면 미리 저한테 문자 남겨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서 늦겠다, 혹은 결석한다 이렇게요. 무단으로 지각, 결석하시면 진정으로 미워하겠습니다!! 


궁금하신 거나 기타 문의사항 있으시면 제게 연락 주세요.

 (영은: 공10-5377-8374)

그럼 한 학기 힘껏 달려 보아요~~^^

   

  • 채운 2014.07.18 00:29

    이거시야말로 특급공지로다! 영young은이 퐈이야~~!!

  • 제리 2014.07.18 00:40

    어이구야.. 이브 하고 잡아진다.... 그러나 나무아미타불....(참고로..은영언니 많이 안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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