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브에서는 종교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나카자와 신이치, 캠벨, 엘리아데...특시 그 두꺼운 세계종교사상사를 읽었다고 하니 와 이거 어떻게 읽었지 좀 신기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종교가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종교를 믿게 만드는 걸까 의아하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다 끝나고 나니, 진짜 물어봐야 할 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종교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어쩐지 종교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 없이 습관적으로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들게 되는ㅠ
이번에 읽은 책들의 중론(?)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종교적이라는 말 같다. 인류 역사상 종교가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책들. 고대인의 신화적 사고와 종교.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과 맞닥뜨렸을 때 거기에서 신화를 읽어내고 사회 질서와 결합하여 종교를 만들었다. 인간이 알 수 없는, 하지만 필연적인 질서에 대한 인식. 그 질서와 어떻게든 관계맺으려는 노력으로 인간은 종교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교적 인물이라고 하는 자들이 주는 계명은 지극히 단순하고 온화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모든 것이 무상함을 알아라, 만민은 하나뿐인 신 앞에 평등하다. 인간이 세게의 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겸손과 자연 질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다른 존재와 관계맺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종교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고 그러면서도 나와 거리가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한 그 나름의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면 인류가 계속해서 만들어 온 종교는 의미있는 지표다. 하지만 그 다종다양한 종교의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 하나를 건지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실천. 실천이 결여된 종교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또한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