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버크의 <탐사>와 폴 벤느의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 중 1,2 장을 봤습니다. 뻑뻑한 분량만큼이나 발제량도 상당했습니다. 특히 3조에서는 <탐사>를 두 분이서 나눠서 발제를 하시는 바람에 분량이 상당했죠. 1, 2, 3조 발제를 읽는데만 거의 40~50분 걸리더라구요.

 

발제를 읽고, 조별 토론에 들어갔는데, 정말 많은 얘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나 역사에서 객관적으로 중요한 '사건'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 역사가에 의해서 의미화되는 '사건들'만 있다는, 폴 벤느의 역사방법론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나오더군요. 모든 것이 사건이 될 수 있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건을 고르는 역사가의 가치에 따라서 정해진다는 말이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건에 비해서 중요한 사건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나왔죠. 가령, 내가 밥을 먹는 것하고 촛불집회에 나간 것하고 과연 그것을 같은 사건으로 다룰 수 있는가. 어떤 사건은 그래도 다른 사건에 비해서 가치의 위계를 높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등등.

 

9명의 역사가를 다룬 <탐사>는 그 방대한 내용에, 일일이 토론하기보다는 무엇이 재밌었는지 얘기하고 심지어 인기투표까지 했는데, 제가 속한 2조같은 경우는 긴즈부르그가 1위로 꼽혔습니다. 긴즈부르그가 가장 인기있었다는 말에 다른 조에서 놀라더라구요. 어째서 긴즈부르그가 1위로 꼽혔냐고 물었는데, 사실 엄청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역사를 바라보는 가볍지만 진지한 태도, 새로움을 찾아가는 왕성한 호기심 같은 같은 단순한 이유들이었어요.

 

조별 토론이 끝나고, 채운 샘이 각 조에서 질문 들어온 것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셨는데, 세 조에서 공통적으로 들어온 질문이, 저희 조에서도 격렬하게 토론된 '모든 것이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할 때, 과연 사건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였더군요. 채운 샘은 폴 벤느를 인용하시면서, 사건들의 위계를 일렬로 정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척도 같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시대를 대표한다는 '큰 사건'이라는 것은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이지, 우리가 현시대를 살면서 그 사건에 의미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저희 조에서 나왔던 예인 촛불집회와 밥 먹는 것을 과연 같은 무게를 가진 사건으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선, 그 사건이 실천되는 개인에게 어떻게 계열화가 되는지를 봐야지 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사건은 일상의 감각에서 밖에 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겁니다. 어떤 개인에게는 촛불집회가 밥 먹는 행위보다, 새로운 삶의 스펙트럼이 열리는 정말 큰 사건이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가령 촛불집회 때 광화문에서 애인과 저녁을 먹은 사람에게는, 밥 먹은 것이 촛불집회보다 더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사건의 위계는, 그 사건이 어떻게 그것을 체험하는 사람에게 계열화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채운 샘의 답변이었습니다.

 

그 외 많은 얘기들이 있었는데요. 여하튼 열띤 분위기 속에서 탐史 세미나는 11시에(장장 4시간 동안!)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맑스의 <공산당 선언>과 헤겔의 <역사철학강의> 서장을 봅니다. <역사철학강의>는 어디 출판사로 보셔도 상관 없구요, 대충 보니까 서장이 대략 100페이지 쯤 되는 것 같더군요. 암튼 저번주 보단 분량이 줄었으니, 발제하실 때 내용요약+질문까지 달아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제하신 거랑 공통과제를 꼭 기획세미나 자료실에 올려주세요. 저번주에 발제하신분들도 자료실에 올려주시구요.

 

이번주 발제는

<공산당 선언>은 나혜원 님, 최진혁 님, 박소라 님 께서

<역사철학강의>는 구윤숙 님, 장재희 님, 허윤영 님 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간식은 2조에서 준비합니다.

 

마지막으로, 조별 출석부.

1조: 구윤숙(조장), 강병철, 곽영수, 김연숙, 나혜원, 소하영, 이민하, 조정심

2조: 제리(조장), 권혜선, 이인훈, 임윤옥, 장재희, 조지훈, 최진혁, 홍기라

3조: 최태람(조장), 김태욱, 박장금, 윤고은, 허윤영, 김민서, 박소라, 홍혜림

 

현재 총 24명입니다(혹시 빠진 분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럼 담 주 월욜 7시, 공간플러스에서 뵙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20 12/20 탐사 후기 file 장료 2010.12.22 4681
19 탐사 12월 27일 공지 제리 2010.12.21 4530
18 탐사 12월 20일 공지 제리 2010.12.14 4215
17 탐사 12월 13일 공지 제리 2010.12.08 4300
16 결석계 roadwalker 2010.12.06 4448
15 [탐사] 12.6 세미나 공지 지훈 2010.12.01 4395
14 [탐사] 후기 및 11/29 공지 지훈 2010.11.26 4178
» [탐사] 11/15 후기 및, 다음 주 공지 지훈 2010.11.17 4434
12 탐사 첫 세미나 후기 제리 2010.11.16 5625
11 [탐사] 세미나 시작합니다 지훈 2010.11.09 4724
10 첫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박옥기 2010.10.15 4547
9 융 번개팅 그녕 2010.10.14 4641
8 [기획세미나]역사를 탐사한다(탐史) 채운 2010.10.07 9137
7 푸코의 <안티 오이디푸스> 서문 올립니다. 채운 2010.09.29 8911
6 루신 세미나 여덟번 째(8/23) 발제문과 짧은 후기 ANNA 2010.08.30 5112
5 (다시 쓴) 마음의 잉여 영은 2010.07.29 5447
4 결석계입니다 gkrp 2010.07.26 4307
3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정]발제와 후기 file 전미화 2010.07.14 7071
2 동의보감 내경편 편집본 달군 2010.07.11 4710
1 참고자료 하나! - 나비와 전사 8장 곰숙 2010.07.08 5793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