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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를 탐(探/耽)하는 '탐史'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무명이 넘는 학인들이 이 추운날씨에 G20으로 인한 교통체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와주셨습니다. 첫 날인 만큼 자기 소개로 세미나의 문을 열었는데요, 정말 다양한 전공과 연령 및 직업을 가진 분들이 오셨습니다. 다양한 만큼이나 모두들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오셨더군요. 그래도(!) 다들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열정만큼은, 공유가 되는 듯 싶었습니다.

 

채운샘의 인트로 강의는 앞으로 주구장창 공부해야할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의 사건들의 나열? 시간이 겹겹이 쌓인 것? 현재를 반성하게 해주는 투명한 거울? 무엇이 되었든 역사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인 이미지는 '지나간 것'정도 밖에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나랑 상관없는 과거의 어떤 사실이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지금의 난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 정도로 밖에는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죠.

 

누군가 E.H.카를 인용하면서(제 생각에는 하영이었던 같은데)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가 아니겠냐고, 그냥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가 아니라, 그 둘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더군요. 채운 샘이 빙그레 웃으시며, 좋은 말이긴 한데, 그 대화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봤냐고 다시 질문을 하셨지요. 대화? 우리는 흔히 대화를 A와 B가 자신의 메시지를 가능한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렇겠냐고.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아니,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겠냐고. 가령, 내가 누군가의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고 할때, 그냥 문자 그대로 'A가 너를 사랑한데'라고 투명하게 말한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다들 아리까리 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기억의 문제를 제기 하시더군요. (니체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기억이라는 것은 망각과 더불어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하는 동시에 무언가는 망각하게 된다고. 그런 즉,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의미화된 과거라고.

 

그렇다면 E.H.카의 말대로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을 때 다음의 난점이 발생합니다. 대화를 통한 메시지의 소통은 애당초 투명할 수 없기에, 즉 과거와 현재가 대화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독백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고, 더군다나 과거란 기억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는데, 그놈의 기억도 제각각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실'을 엄정히 다루지 않는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대체 문학과는 어떻게 다른지.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나올 수밖에 없죠. 채운 샘은 이렇게 '역사' 자체에 의문을 품으면서 공부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냥 단순히 역사라고 불리우는 무엇이 기록된 사실들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의 공부가 아니라.

 

다음 주에는,

마리아 루시아G. 팔라레스-버크의 <탐史>와

폴 벤느의 <역사란 어떻게 쓰는가>의 일부(복사분)를 공부합니다.

 

분량이 꽤 뻑뻑하지만(대략 700페이지?!), 초반을 다지는 마음으로 열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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