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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이 로마로 가서 신부가 되려고 하셨답니다. 

서재에서 면접을 기다리다 손에 잡힌 책이 하필이면 인도 종교에 관한 책이였답니다.

그래서 인도로 가셨답니다. 요가로 박사 학위까지 받으셨다고 하는군요.

이번 주에 만난 종교학자, 엘리아데 이야기였습니다.

 

 어렵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인상깊은 내용 위주로 간단하게 정리할게요.

 

 고대인들은 원형을 모방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개체의 고유한 가치는 무시되고 원형에 포섭된 것들만 가치있는 것이 됩니다.

그들에게는 원형을 모방하고 반복하는 것만이 실재적이었습니다.

역사의 폭압을 피하고자 한 것입니다.

 '역사의 폭압이 뭘까?'하는 질문에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살면서 축척된 죄의식을 털어낼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역사를 붙잡고 박제해버리는 것 자체가 폭압이 아닐까?"

"신성성에서 멀어지고, 소외되고, 단절되는 게 폭압인 것 같다."

저는 죄의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역사의 폭압이란 시간이 주는 공포였습니다.

축척되는 세속의 시간, 그 근원적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되돌아 오는 화살표를 달아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시작되는 것처럼요.

영원회귀에 의미 부여를 한 것이지요.

 

 니체도 '영원회귀'개념을 사용했습니다. 그리스인들도 불멸을 원했다면서요

영원회귀는 '만물은 하나'와 '다수자의 투쟁(차이 생성)'이라는 두 개념이 합쳐져서 생긴 개념입니다.

함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 다 있어야 세상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

 니체가 순간, 현재, 생성, 차이를 얘기했다면, 엘리아데는 역사를 지속해서 폐기하는 삶을 얘기합니다.

시간의 폐기는 자기 삶에 단절과 균열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니체도 말했듯, 폐허가 되지 않으면 새로이 시작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니체 공부할 때도 저 말이 신선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다시 들어도 여전히 멋집니다.

머리만 알고 정작 폐허를 만들지 않아서 문제이지만요.

 

 제가 역사시대에 살고, 역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도 잊고 있을 만큼 너무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최고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그렇게 사고하는 법 하나 밖에 몰랐습니다.

직선으로 쭉 꿰어가는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모두'의 역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역사가 있을 뿐인 것 같습니다.

역사 자체가 계속 뭔가를 배제하면서 나아 가니까요.

한 줄로 꿰는 대신 옆으로 튕겨나간 게 더 많아졌구요.

 역사주의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들을 반역사주의로 들여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겠지요.

아직은 역사를 어떻게 폐기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만드는 자유가 있다면 역사를 폐기하는 자유도 있다는 걸 기억하려고요.

그렇게 하루에 한 걸음씩 가다보면 언젠가는 자유를 만날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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