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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땡땡이 치고 놀러 다니다 돌아와 보니, 희생제의가 저를 기다리고 있군요.ㅠㅠ . (정기재입니다) 제발 늦은 후기라도 돌아온 것을 기특히 여기시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밀린 일들을 대충 정리하고, 바쁜 추석이 지나고 나면 폼~나게 후기를 써보리라 맘 먹었습니다. 그러나 쌓인 게 없으니 풀어놓을 보따리도 빈약해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탐사 3기의 고갱이 '황금가지'를 읽는 동안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었으니... 문득문득 ‘지금 떠돌아 다니는 것이 잘하는 짓인가?’  생각했습니다. (믿어주세요. 진짜예요!!) 아니나 다를까, 돌아와 후기를 보니 ‘황금가지’의 매력이 얼마만큼 이었는지, 극찬이 쏟아져 있네요. 왠지 축제를 놓친 것 같아 마음도 쓰리고, 배도 아프고...

 

1. 여행에 대한 단상


샤토브리앙이 그의 저서『이탈리아 기행』에서 “사람들은 각기 그가 보고 사랑했던 모든 것으로 구성된 하나의 세계를 자기 안에 지니고 있으며, 이질적인 세계 속에서 돌아다니는 듯 보일 때조차도 항상 자기 세계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듯이 앞으로도 옮겨 다니는 것은 가능하다.(중략) 지나날 나는 의미도 모르는 채 지구 끝까지 그 경험을 추구하러 넋을 잃고 다녔던 것이다. (『슬픈열대』제 1부 여행의 마감 4 힘의 탐구 중)

그래 너는 왜 떠돌아 다니느냐... 이번 여행의 화두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낯선 곳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된다면 새로운 자아를 찾을 거라 믿었던 듯싶습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의 사회적 조건을 해체한다면, 그 혼돈을 지나고 나면 새로운 내가 될 거라는 순진한 기대? 일정한 때가 오면 여행을 다녀와야 새로운 일을 할 힘이 생기곤 했습니다.(나름대로 소박한 형태의 재생 의례라한다면..^^;)

그러나 공간이 이동한다고,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내 자아가 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가 온듯합니다.(제 친구는 우리도 이제 나이를 먹는 거라 말했지만요.) 서울이건 파리건 아테네건 어디라도 결국 내 세계를 짊어지고 다니는 꼴이지요. 자신의 구조를 떠나 완전한 자신, 혹은 완전한 타자와 마주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걸 말입니다. 더구나 비슷한 호텔, 지하철, 상점, 유람선... 권태로운 표정의 직장인들, 달뜬 표정의 젊은이들,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 이미 붕어빵처럼 닮아버린 구조 속에서는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아, 위안과 힘이 되었던 여행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느냐... 또다른 고민의 시작입니다.


2. 개인의 차이

 

어떤 동기들로 하여금 그는(족장) 항상 즐겁지만은 아니한 그 직책을 받아들였는가? (중략) 족장들이 존재한다는 모든 인간집단에는 자기의 동료들과는 달리 중요성 그 자체를 사랑하며, 그것을 책임지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며, 그의 동료들이 회피하는 공적 생활의 부담 그 자체에서 충분한 보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확실히 이같은 개인적인 차이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한 문화와 다른 문화가 서로 다른 방식 가운데서 전개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들이 남비콰라족과 같이 일반적으로 경쟁의식이 극렬하지 못한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 개인적인 차이들의 기원이 전적으로 사회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중략) 인간들은 모두가 비슷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학자들이 모든 강력한 전통에 의해서 파괴된 것으로 묘사한 미개사회에서조차도 이 개인적인 차이들은 우리들 자신의 개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주목을 받았고 또 매우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중략) 나는 가장 단순한 표현으로 환원되어 있는 사회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남비콰라족의 사회가 내가 그 사회에서 오직 인간만을 발견할 수 있었을 정도로 단순화된 상태에 있었다.  (『슬픈열대』제 7부 남비콰라족 29 남자, 여자, 족장 중)


‘모든 것은 구조에 의해서 정의되어 진다’는 구조주의의 설명을 듣고는 무척이나 무기력해졌습니다. 나 자신도 역시 구조에 의해서만 정의되어지고 존재하는 것인가? 그러나 그 구조주의를 개인으로 축소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나의 구조를, 너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나의 구조에 지배를 받고, 너는 너의 구조에 지배를 받겠지. 그러니 나는 너를 너로 인정하고, 너는 나를 나로 인정해다오. (나름대로 해석의 달인이 스스로 적응하는 방법!!!)

아무리 이 사회가 근면성실하고, 재주 많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을 최고로 친다하더라도 저는 놀기 좋아하고, 기분과 감정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한동안은 그것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워 했지만... 지금은 내멋대로,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그냥 남비콰라족장의 둘째 아내들 처럼 즐겁고 유치하게, 맘 내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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