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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끝나고, 빨랑 '후기 써야지-'했는데 그 때는 뭘 쓰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네요.

요새 딱히 다른 책도 안읽고 해서 그런지 <언더그라운드> 세미나한게 자주 생각나는데

하루, 이틀가면서 떠오르는게 매번 달라서 신기합니다.

 

어쨌든 그 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타인에 대한 증오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를 전제한다'는 이야기.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않으면 절대 상대에게 너그러울 수 없다!

 

자기한테는 너그러우면서 상대방한테만 엄격하고 혹독한 사람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가만보면 그는 사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혐오나 분노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누구나 나름의 '언더그라운드', 그러니깐 폭력적이고 찌질하고 야비한... 어떤 어두운 부분을 자기 안에 품고 있는데

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안보려고 할 때 그게 상대에게 투사되어 극한 폭력, 증오, 혐오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는 "어떻게 저 사람은 저럴 수 있어-"하면서 상대를 보며 얼굴을 찌뿌리겠지만

그건 그가 최선을 다 해 자기의 '그런' 모습을 외면했는데 (그래서 자기는 그런 면모가 없는냥 착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모습을 자기 바깥에서 보니 뭐랄까, 여전히 남아있는 혐오감이 여과없이 튀어나오는 그런겁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애가 대단히 강해보이겠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는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가 누군가에 깊은 애착(?)을 보인다거나 어떤 활동이나 단체에 열정적으로 이끌린다면 그것은

좀 집착스럽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일 겁니다.

 

그는 찌질하고 비루한 자기 삶을 잊고 또 내쫓기 위해 자기 밖의 무언가에 존재를 바치고 있는 거니깐요.

사람, 활동, 종교, 운동 등등.

무어가 되었든 그는 온 몸과 마음을 그 무엇에 헌신하며 자기 자신을 잊습니다. 

 

과도한 열정, 열심, 사랑은 그래서 찬찬히 다시 보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는 진정 자기 현실과 대면하자니 고통스럽고,

또 끈질기게 따라붙는 문제를 해결하자니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런 어려움들을 '한방에(!)' 날려주는 무언가에 자기를 바치는 길을 택하고 있는 걸지모릅니다.

실은 엄청나게 게으르고 또 무능력한거죠.

 

그의 열심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만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야만 하는 행위입니다.

옴진리교에 귀의한 자들.

 

그들은 과도한 열정과 불가능에 가까운 수행(???)을 통해서만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을 키울 수 있죠.

그런 고행에 매달리지 않으면 그 순간 그는 자기가 아무 것도 아니라 느껴질 겁니다.

그러니 "살인하라!"는 존사의 명령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힘들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자기 고양의 행위일 수 있겠죠. .

한편 상대적으로 현실의 삶은 저열하고 악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제 구원자가 되어 이 세상을 구하려하기도 하고 열렬한 투쟁가가 되어 이 세상을 단죄하려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죽이고 싶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서 더듬으며

상대에게 상상못할 폭력을 휘두르고 (정작 상대편은 괜찮건만) 타인의 삶을 동정하겠죠.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뜨끔, 섬뜩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 결국 채운샘이 나누고 싶었던 질문은 "자신을 증오하는 자에게 구원이 가능한가?"였습니다.

나름 속세를 떠나온 출가자들이건만 옴진리교도들의 출가/수행이 폭력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 조금 이해가 갑니다.

 

음.... 어째 너무 성실히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아 그만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가족, 학교, 직장을 떠나 연구실을 만난 우리가 만드는 삶은 부디 다르길요.

자기를 긍정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또 생각해 봐야겠지만

찌질한 채로, 야비한 채로, 모자란 채로, 폭력적인 채로 (??)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 같아서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ㅋㅋ  

 

그럼, 다음 주에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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