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철아! 네가 아파서 결석을 하다니!
그것도 발제인데.. 얼마나 아팠으면! 아무래도 네가 학교공부와 연구실 공부를 병행하느라 많이 지쳤나 보구나..
쯔쯧... 얼마나 아팠으면 결석을 다 했겠니... 앞이 안보여 발제를 못했을까? 손꾸락이 부어서 자판을 칠 수 없었을까? 목구녕이 부어서 발제를 바꿔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을까?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때 네 병명은 간부종이나 간 체내 탈출증(국어 실력이 딸리는 너를 위해 쉽게 말해주마.. 흔히 "간이 부었다" 또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고 하지)이 아닐까 염려된다..이 모든 것이 다 간 때문이 아닐까? 감이당에 위탁해서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구나! 이 노무 자슥.. 공부 좀 쉬엄쉬엄 하도록 하여라.. 나이도 젊은 것이 쓰러져 못오다니 흑흑흑...이게 다 간 때문이야! 이브 세미나를 그만두고 쉬는게 너에게 좋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게 다 간 때문이겠지? 건강이 최고야.. 살아있어야 공부를 하느니...
병철이가 아파서 결석을 했으니 제가 다음주 공지를 대신합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차라리 운디드니에서 죽었던 인디언이면 좋겠다.. -_-;
노랑 얼굴을 한 서양인인 우리가 인디언 학살을 보며 "불쌍하다"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위선 아닌가? 나는 그런 나쁜 짓 안하는데? 라는 안이한 생각. 정말 그런가?
예전엔 미국과 서양인들 정말 나쁜놈들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내가 정말 이들을 욕할 수 있는가? 하느 생각이 들더군요. 이해한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는데 나는 그럴 수 있나?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금 갖고 있는 우리의 인식체계를 고집해서는 돌파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윤리를 발명해야 하는 이유도 이때문이고요..새로운 윤리는 들판에서 썩어가는 들소를 보며 내 몸이 썪어 가는 듯, 몹시 가슴아파하는 그런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지 누가 제정하고 지키라고 명령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에게 있다고 믿었던 도덕과 윤리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는 <언더그라운드>나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다 보았으니 지금 우리가 윤리와 도덕이라 믿는 것이 우리의 안전판이 될 수도 없습니다. 저희 조는 대충 이런 방향으로 토론했습니다.
참. 그리고 수업때 말했던 인디언 아기들 강제 입양 프로그램은 1990년대까지 호주 원주민을 상대로도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토끼 울타리>에 보면 잘 나오죠.. 관심있는 분들은 보세요!
다음주는 한나 아렌트의 <폭력의 세기> 읽습니다.
<언더그라운드>와 <이것이 인간인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의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렵더라도 천천히 읽으며 앞서 읽은 책들에서 보았던 폭력성이나 윤리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십시요.
제본 신청하고 안 가져가신 분들은 연구실에 와서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본비가 5500원으로 나와서 500원씩 남았습니다. 에세이 발표날에 간식비 하겠습니다.
발제자들은 미리와서 복사하시고 공통과제는 기획세미나 자료실에 올리고 조원 수대로 복사하시기 바랍니다.
후기 써야 할 분들은 날래 쓰십시요.. 길게 안 써도 됩니다. 짧게라도 책 읽으며, 토론하며 느꼈던 생각들 적어주세요.
그럼... 담주 월욜에 뵙겠습니다.
결석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