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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작, 제리샘 말씀을 빌린다면 연구한 자료로만 도서관을 하나 만들수 있을  정도로 시대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든 파우스트.  왜 이 작품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연구되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세미나였습니다. 짧게는, 문학을 참 못읽는 내 상태에 대한 자각을 다시하게되었습니다.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틀린건지, 흥미가 없는건지, 바탕이 없어서 그런지 문학을 읽으면서는 무얼 느낀다던가 하는게 힘들다는 책을 정보획득의 수단으로 만 여기는 태도에 문제가 있을거라 짐작은 해보지만 이 문학과의 불화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도 제 과제가 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라고는 해리포터 밖에 없으니 참..

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도 세미나는 제 의식을 파닥파닥 깨우기에 충분했다.(여기서부터 반말)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이었던건 파우스트라는 작품 자체가 괴테의 인생과 고뇌 그 궤적과 너무 일치하는 작품이라는 것.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한 극에 녹여낼 수 있었던  집념과 열정에 압도당했다. 나도 언젠가 이런 필생의 역작을 내놓을 수 있을까. 자자손손 인세로 복받을 수 있는 그런... 아 이건 너무 진솔했다. 괴테란 인물은 젊을 적의 질풍노도, 고전주의의 총체성, 낭만주의 격정을 두루 거쳐간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고뇌 또한 이 시대적이고 개인적이기도 한 이 정체성에서 출발하는 듯 하다. 그리스와 희랍의 문명을 희구하나 근대성의 분명한 발현 앞에 자신의 희구를 녹여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현실과, 그 사이에서 자신과 인류의 구원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괴테였다. 어쩌면 괴테는 사춘기의 청소년과 매우 닮아있다. 몸은 커져버렸는데 마음은 아직도 베이비에 머무른 정체성이 일으키는 혼란과 격정을 괴테에서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 혼란이 인류사상 희대의 천재인 괴테에게 찾아왔다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지만.

  내가 읽은 땐 그저 그런 극적 장치처럼 보이던 것이 괴테의 삶 그 자체의 흔적이었다.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등장도 그렇고(왜 갑자기 그리스 타령이야..) 헬레네의 등장도 그렇고(또 여자...) 실험실에서 탄생한 호문쿨루스의 함의와 오이포리온의 몰락이 갖는 의미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알고 읽었으면 정말 재밌었을 테다. 왜 이렇게 구성이 주먹구구식이냐 하는 의문을 갖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겹쳐읽기의 중요성. 여기서 다시한번 짚고 넘어가준다.

  결국 이상적인 고대와 근대의 전면적인 화합은 괴테안에서 실패한 과제로 끝났다. 근대의 탄생에서부터 그리고 근대가 규정한 고대의 탄생이란 출발에서부터 둘 사이는 어떻게 합쳐질 수 없는 경계선이 그어진지도 모른다. 그림자와 그것을 낳게한 물체를 합하라는 요구만큼 넌센스 한 일일지도 모를터. 신을 넘어서려 했고 그래서 근대의 여명을 따라 인간의 진보와 노력의 가치를 신뢰했지만 고대에 대한 희구를 멈출수 없었다. 하지만 그 화해마저 실패한 자리에서 괴테는 이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신의 구원으로 마무리짓는 작품의 마지막을 보면서 응석받이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신을 넘어서려 한자의 최후를 신이 구원해주다니. 세상을 바꾸려 한 자의 행동 그 책임 또한 신과 여성이 짊어 지는 것이라니. 읽을 적엔 그리고 토론하면서 파우스트와 괴테의 가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고뇌를 들여다보자 생각을 좀 누그러 뜨릴 수 있었다. 화해할 수 없는 두 시대 사이에서 인생을 걸고 방황하는 과업을 짊어진 사람의 짐에 대해서, 좀 더 숙연하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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