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결정은 자의적인지라, 설명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운명의 힘은 절대불변 이미 굳어버린 완고함을 의미하며, 아무리 사건을 분석하더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고, 다른 모든 것들이 반드시 수용하고 스스로를 맞추어야 할 존재다.”
신이 나에게 할당한 운명(몫)은 무엇일까?
나는 왜 충무로까지 와서 공부할까?
열심히 탐독하지 못해서 뒷북치고, 채운샘의 강의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여 줄쳐가며 다시 읽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어 똑같이 베껴 쓰기를 해보아도 한계임을 통감하면서도 말이다.
무엇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드는 걸까?
너무 잘나서 뻔뻔하게까지 보이는 아킬레우스.
남부러울 것 없는 아킬레우스는 두 가지 인생 중 짧고 굵게 사는 인생을 선택했다.
그의 잔인한 행동조차도 매력적인 나쁜 남자스타일로 보이고, 다소 쪼잔 한(나의 생각) 분노마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서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꼭 그처럼 저는 인간들의 왕 아가멤논에게 분노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503p)"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프리아모스에게 공감되고, 함께 슬픔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었던 운명.
(나 같으면 아들 죽인 원수를 보자마자 어떻게 했을 것 같은데...)
한낱 필멸의 인간으로는 운명의 한계를 이길 수 없는 걸까?
트로이아를 짊어지고 명예욕과 현명함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결사항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헥토르.
황금사과를 얻어 헬레네의 사랑을 얻은 파리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이름 없이 사라진 프리아모스.
이들 모두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명예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킬레우스가 승화시킨 분노의 업그레이드된 덕(탁월함)?
죽는 그 순간까지 나라와 백성을 걱정했던 헥토르의 인류애?
경솔하고 비굴하기까지 한 파리스의 사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책임과 댓가를 치러야 한다.
신이 아닌 필멸의 인간이기에 운명(숙명)을 짊어지고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힘겹지만 견뎌내는게 인간의 몫인 것이다.
결국 나는 계속 뒷북을 치더라도 쉬지 말고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을 키우며 좀더 치열하게 노동해야 함을 깨닫는다.
왜?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