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살짝 뜬금없는 후기 같네요ㅎㅎ 오늘 갑자기 이브세미나 후기를 쓸 찬스가 날아왔어요. 그래서ㅎㅎㅎ
지난 5주는 그동안 제가 갖고 있었던 진화론에 대한 심각한 오류와 오해를 깨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과학에 대한 근거 없는 언짢음과 불편함도 사라지고, 과학이 굉장히 멋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효정언니 말대로 <빈서판>과 빠이빠이 한 것이 시원섭섭하네요. 이제 드디어 진화론과 인간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그리스의 세계로 들어왔어요오. 앞으로 만날 그리스! 기대됩니다~ (둑흔둑흔♡)
사실 저는 EvE를 하고 싶어서 들어왔지마는 그리스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어요.......☞☜ 세달 동안 그리스 문학을 읽으면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게 웬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예상을 깨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트로이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쟁이야기 느낌보다 남자아이들의 주먹다툼 보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영웅들의 싸움이 그렇게 시시하지는 않지만;_;) 영웅과 신들의 심상치 않은 관계, 그들의 감정이 오고가는 장면, 전쟁터와 죽음을 묘사하는 것, 등등이 재미졌지요ㅎㅎ 앞으로 읽을 책들도 기대 만빵입니다ㅋㅋㅋ
청년대중지성에서 요즘 니체를 배우고 있는데 종종 그리스인이 등장해요;; 도대체 그들은 어떤 신일까?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일리아스>를 읽으니 느낌이 훅~ 오네요. 예전에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 읽었을 때는 능력 있는 신들이 인간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는데, <일리아스>에서는 신이 인간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듯 보였어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명령하고 존재하는 신. 색달랐지요. 근데 그렇다 해도 혼자 읽을 때는 신과 인간이 서로 상호적으로 이용한다+지배당한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인간의 삶에 이정도로 침투하는 이 신이 단순히 허상인 것도 아닌 거 같고 실존했을지도 의문이고 아리까리=_= 그래서 조토론과 채운샘 강의 시간에 ‘아!’ 했습죠ㅋㅋ 신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존재였습니다~ “신은 오로지 열성을 다해 인간의 운명을 따를 뿐이다. 요컨대 신은 인간 행위의 곡절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 라능.......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옛날 그리스인들은 이해할 수 없고 불가사의한 일들을 보면 “어머! 저 신 좀 봐~” 라는 식으로 감탄·놀람을 표현했다는 것ㅋㅋㅋ 춤을 엄청 잘 추는 소녀를 보며, 어머나! 저건 분명 신이 내린 걸 거야. 꺄르르르~ 웃고. 갑자기 머리 위에 새똥이 떨어졌을 때, 이건 신의 장난이 분명해! 라고 생각했다는 걸까요? 낯설고 불가사의한 일들을 ‘이상한 것’으로 만들어 피하고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神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삶이 더 유쾌해질 거 같아요.
어쨌든 신은 늘 그렇게 그리스인 가까이에 존재했다는 것! 명령하거나 운명을 지정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쏙닥쏙닥 귓속말하고 뒷머리 살포시 잡아당기는 존재였다는 것! 그렇다면 신과 인간의 차이는?! 불멸과 필멸!!!(정말 이것뿐인가=ㅅ=) <일리아스>는 신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영웅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자신이 필멸의 존재라는 걸 알고 자신의 한계와 운명을 알지만, 체념하는 게 아니라 그 운명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인간. 저희 조에서는 그래서 영웅의 삶에는 얼마나 멋있게 사느냐? 어떻게 훌륭한 죽음을 맞느냐? 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이 정말 이 영웅들 모두가 미워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아직 매력발산 덜 했을 텐데 앞으로는 얼마나 뻑(!)갈지ㅋㅋ 기대기대ㅎㅎㅎ
+덧: 오늘 니체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 가상세계 자체가 부정해야 할 것은 아니다. 그 가상세계를 통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지느냐, 아니면 그 때문에 허무하고 덧없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리스인들처럼 신이라는 존재에게 자신의 죄(+자책감)를 떠넘기고 고통의 원인을 돌려버리면, 삶이 명랑하고 유쾌해진다는 사실!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지만;_; 이런 신神, 무지 마음에 드네요◎▽◎
<일리아스> 뒷부분도, 남은 그리스 문학들도 모두 열심히~!!!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