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읽으며, 인간의 몸은 오랜 세월의 지울 수 없는 흔적들이 아로새겨진 생명이란 걸 배웠다. 이제 빈 서판에서는, 우리의 의식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신체와 분리시켜, 사고나 행위의 주체로 내세우는 인간 정신 역시 몸의 작용과 나눠 말하기 곤란하며, 그러니 이것 역시 진화해왔다고.
정치적인 평등을 말하기 위해서 인간의 본성이 모두 백지이므로 같다, 하는 전제가 문제상황(폭력 등)을 대하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고 핑커는 문제제기한다. 우리가 너무 성급히 자율적이고 평등한 시민이란 ‘개념’을 앞세우는 것은 아닌가, 라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화의 과정을 거친 생명으로서의 인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 않는가, 하고.
그렇다면 DNA, 뉴런의 구조에 의해 인간의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다는 건가? 인간의 자유의지는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도 급하다.^^ 우리는 어떻게 조건 지어졌는가 찬찬히 따져야한다. 인간은 쓰이고 지워지고 또 쓰이고.. 역사를 가진 양피지이지, 빳빳하고 새하얀 종이가 아니라는 것. 코인이나 핑커의 책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은, 역사성을 간과하지 않는, 그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태도다. 그래서 우리는 고대로 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