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무서운 장면이 스쳐지나 갑니다. 누군가의 교통사고 현장이나, 화재 현장들, 가스폭발, 누군가가 지하철에서 굶어 죽게된 사건을 취재한 뉴스들 등등. 등골이 오싹합니다.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안도하지요. 뉴스를 보고 나면 방문을 나서기가 겁이 납니다. 밤에 나홀로 길을 걷기가 무서워졌고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기가 꺼려졌습니다. 


또 때로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박장 대소 합니다. 그리고 어떤 드라마를 보면서 알콩달콩한 사랑에 매료되다가 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불협화음을 보기도 합니다. 지긋지긋한 드라마의 페턴에 텔레비전을 끕니다. 그런데 방을 둘러보면 뭔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세수를 하다가 화장실 거울을 보면 나는 왜 드라마에 나온 남자 주인공처럼 잘생기지 못했을까 하고 탄식합니다. 


어느 날부터 텔레비전을 끊고 보지 않은 적이 꽤 되었습니다. 그런데, 데리다의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텔레비전으로부터 도망가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이 우리에게 끊임 없이 (글을 쓰는 지금도 폭포처럼 쏟아지듯이) 던져주는 수많은 이미지들로부터 등을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느꼇습니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텔레비전을 마주하되, 어떻게 텔레비전을 마주할까요? 텔레비전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기자들 앵커들, 스튜디오, 조명, 음향장비들, 시간에 따른 프로그램 할당, 광고의 제한된 시간, 등등 방송국은 그 너머의 무언가를 통해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생산됩니다. 아무리 생중계라도 10분 여하의 시간을 남겨두고 자르고 붙이고 자르고 이어 붙이면서 단절되지 않는 연속의 프레임을 구축합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 모든 장면들, 소리들을 선별하고 조작할까요?


매번 우리가 보는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매번 색다르게 상속합니다. 텔레비전의 이미지, 오브제로서 텔레비전은 브라운관의 rgb, 이진법의 신호를 통해서 우리에게 접촉합니다. 우리에게 빛을 지속적으로 쏩니다. 우리는 그 신호나 색을 볼 수는 있어도 만질수도, 접촉 할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우리는 절대적인 자율성을 상실했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절대적인 자율성이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타율성으로부터의 자율성!-데리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제나 텔레비전을 현실로, 리얼리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채운 선생님의 말씀으로, 데리다는 모든 기원의 순수성을 부정했다고 합니다. 우리 신체와 언어는 그 자체로 불순하며 때문에 불순 자체가 존재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깨끗하게 할까가 아니라, 해체(기원, 이상, 순수의 불순을 드러내는 것)를 통해서 무엇이 오염 물질인지를 파악하는 것! 그리하여 전복이라는 국면을 넘어가기 위해 실천하는 것!!! (어떻게 실천 해야할까요. 스스로의 삶의 윤리를 어떻게 개척해야 할까요?)


텔레비전을 끊은지 4년이 되었고 가끔씩 추천을 받아서 다운받아 보는 프로그램 한 두개만을 재방으로 보게되었습니다. (텔레비전을 끊는 동안 보이스 피싱이 유행인 줄도 모르고 당한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아침으로 저녁으로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텔레비전과의 싸움을 선포해야 겠습니다. 정군, 텔레비전을 해체, 개입하도록!!!

  • 채운 2013.11.07 09:52

    헐~ 뭐, 그렇다고  안 보던 걸 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볼 것까지야...ㅋㅋ 해체-개입할 것은 많고도 많다네!

  • 추극 2013.11.07 13:01

    TV를 봐야겠다는 결론이라니 ㅎㅎ 완전 새로운걸^^  

  • 인석 2013.11.14 00:10

    마녀사냥하구 썰전은 꼭 챙겨보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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