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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헤로도토스의 '역사'을 읽었는데요 900페이지가 넘었지요. 다행히 그만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떠올랐던 제일 먼저 떠올랐던 이미지는 '나일강'이었습니다. 수많은 지류들이 모여서 거대한 나일강이 되듯이 여러 민족들의 관습들과 역사들이 모여서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거대한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마치 이전에 있었던 모든 사건들이 페르시아 전쟁으로 달려가는 느낌?

 

그래서 우리 조 토론 때 제가 헤로도토스가 발산적이라고... 그래서 저하고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니깐...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흠흠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문을 가졌던 내용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하는데요, 바로 크세르크세스가 헬라스 원정에 나서기 전의 회의내용과 꿈에 대해서 인데요. 이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헬라스 정벌을 나서기로 마음먹는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회의를 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자 왕의 숙부였던 아르타파노스가 반대의견을 펼치죠. 그러자 왕은 그를 꾸짖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있었던 그날 밤 다시 심사숙고 하고 헬라스 원정을 취소하기로 마음먹고 잠이 들죠. 그런데 꿈에서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의 환영이 나타다 그를 괴롭힙니다. '헬라스 원정을 취소하려는 것을 취소해라! 그것이 당신에게 이로울 것이다 만약에 그러지 않는다면 그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그를 윽박지르죠, 다음 날 잠에서 깬 크세르크세스는 다시 회의를 열고 자신이 어제 말했던 헬라스 원정을 취소한다고 말하죠. 그리고 그날 밤 다시 그는 꿈에서 환영을 다시 만나게 되죠. 환영은 "내말을 무시하면 그대는 잠깐 사이에 위대하고 강력했듯이 그만큼 빨리 도로 비천해질 것이오"라고 협박을 하게 되죠. 이쯤 되자 크세르크세스는 헬라스 원정에 홀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자신의 숙부 아르타파노스를 부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 얘기하고 이것이 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꿈에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자신의 옷을 입고 왕좌에서 잠을 자라고 얘기하죠, 아르타파노스는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결국에는 승낙합니다. 그리고 그의 꿈에서 똑같은 환영이 나타나서 그를 위협합니다. '운명의 흐름을 바꾸려다가는 미래에 벌을 받게 될 것이다!'라면서요. 결국 아르타파노스는 꿈에서 깨어나고 이런 사실을 크세르크세스에게 얘기하고 헬라스 원정은 신의 뜻이라면서 철저히 준비하자고 얘기하죠.

 

 

저는 이 후의 페르시아가 전쟁에서 패하고 나서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이 꿈에 대해서 무슨 언급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초인적인(?) 독해로 2시간 만에 마지막 내용까지 읽었으나 다시는 이 꿈이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꿈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되는지 난감했습니다. 크세르크세스 자신의 의지만이 아니라 신의 의지로 인해서 헬라스 원정을 떠나게 되는 이유를 말이죠... 아시다시피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군사 병력만 250만이 넘었다고 하는 군요 이 대목에 이르자 불현듯 아직도 크세르크세스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상도 해보았습니다.) 대군을 이끌고 헬라스를 침공하지만 대패를 하게 되죠. 왜 헤로도토스는 이 꿈에 대해서는 다시는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요?(크로이소스가 솔론의 말을 회상하는 것처럼)

 

 

저는 나름대로 생각해본 결과 이 꿈 자체가 의미 없는 꿈 즉 '개꿈'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짧은 생각으론 도저히 이 꿈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내지 못했거든요. 다르게 말하자면 이 꿈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꿈이 신의 뜻이라면 크세르크세스는 신의 의지대로 차질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목적을 거두었어야 하지만 결국은 헬라스 원정을 성공시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물론 여기서 크세르크세스가 오만하다고 판단해서 신이 그를 속였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크세르크세스가 오만하고 그에게 벌을 내리려고 했다면 굳이 수백만의 인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그의 오만을 벌하고자 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는데 말이죠. (그의 전전대인 캄뷔세스가 허벅지에 자신의 칼에 찔러 죽은 예). 또 다른 해석으로 볼 수 있는 건 크세르크세스 왕 자신의 욕망이 꿈으로 나타났다고 해석 할 수 있지만 왕의 의견에 반대를 표한 아르타파노스의 꿈에서도 왜 환영이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크세르크세스는 헬라스를 침공하는 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거역하고자 했을 때 신이 직접 꿈에서 개입함으로써 그의 운명을 조정하고자 했던 것은 예전부터 보아왔던 신들의 행동과는 많이 달라보였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이 개입되는 방식들은 사모스의 참주였던 폴뤼크라테스가 자신의 운을 시험했던(그는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기 위해 가장 아끼는 인장반지를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그 반지는 한 어부가 자신을 위해서 바친 물고기 배안에서 다시 발견되었습니다.)처럼 간접적이고, 신탁의 내용이나, 다른 꿈들처럼 은유적이고,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 꿈은 직접적이고 딱히 해석이 필요치 않는 명료한 협박(?)을 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 꿈이 인과론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정말로 놀라웠던 것은 헤로도토스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을 ‘헬라스인들과 비헬라스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데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페르시아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으로 설명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크세르크세스가 헬라스 정벌을 준비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세 번의 꿈은 사실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음 마치 전체의 조각 중에 단 하나의 어긋난 조각이랄까요. 헤로도토스의 ‘역사’ 신의 의지와 인간의 운명으로만 규정하기에 어떤 공백점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아 글을 쓰다보니깐 또 발산적인 저의 기질이 나온거 같은데요;;;

어쨌든 그만큼 '역사'를 인상깊게 봤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채운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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