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할리카르낫소스 출신 헤로도토스가 제출한 탐사 보고서" <역사>를 4권까지 읽었습니다.

거의 천 페이지 가량의 책의 반을 읽는 '무리한' 일정임에도

탁월한 이야기꾼 헤로도토스의 말솜씨에 흠뻑 빠져 책을 술술 읽었습니다. 뭐 아니면 말고요^^

 

주로 ‘솔론’이 크로이소스에게 해준 탁월한 이야기와

“관습은 만물의 왕”이라며, 이른바 야만인들에게 보이는 다양성에 관한 고찰을 재밌게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야기의 묘미를 넣어주는 것을 넘어서 운명에 관한 고찰까지 나아가게 해준 ‘신탁’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선생님의 강의도 주로 이것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강의 얘기는 잠시 후에)

그래도 저에게 가장 재밌었던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나타나는 다양성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제일 많이 이야기한 것)은 이른바 잔혹함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머리가죽 벗기기, 척추에 기둥 박기와 같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관습으로 나오죠.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술을 먹고 중요한 안건을 논의했던 페르시아의 관습,

병자를 시장에 데려다 놓고 주변인에게 지혜를 물었던 바뷜론 역시 눈에 확 띄었습니다.

이쯤에서 살짝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통 ‘제국’이 들어서면 다양한 것들이 제국의 규범으로 바뀌기 십상인데,

페르시아 혹은 그 전의 제국들이 들어섰음에도 다양성이 남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단순히 지금과 다르게 통치가 전면화 되지 못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당대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분위기가 그랬던 걸까요?

 

또 평소 영웅을 좋아하는 저이기에, 이른바 솔론이 말한 ‘행복한 사람’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고 흐뭇해하기도 했지요.

황제 다레이오스보다 멋졌던 ‘오타네스’와 아이귑토스의 현왕 ‘아마시스’가 그들이었습니다.

특히 전자에게는 지배하기도 지배받기도 싫다며 진정한 ‘사회지도층’의 윤리를 배웠고,

후자에게는 ‘방귀’의 새로운 용법을 배웠습니다^^ (책을 읽으셨다면 알아들으셨겠죠?)

 

강의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신탁에 관한 내용은 살짝 이해가 안 된지라 패스하고,

먼저 헤로도토스의 저작 의도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결국 그가 책을 쓴 이유는 ‘도대체 어떻게 그리스가 거대한 제국인 페르시아를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헤로도토스의 판단은 페르시아의 오만과 탐욕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생살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마치 운명을 결정짓는 듯 보이는 신탁도

사실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으로 인하여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신탁에 관해서는 자신이..) 이는 헤로도토스가 살았던 당대 그리스의 풍조를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당대 사람들이 가장 경계했던 것은 ‘과도함’이었습니다.

성욕, 식욕과 같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부덕한 것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그것들에 집착 혹은 종속되면, 자유로운 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유’가 당시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였죠. 이 점에서 보면 그리스 인의 승리는 그들의 ‘덕’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전제정치라는 ‘자유’롭지 못한 체제를 지닌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여행자이자 이야기꾼이었던 헤로도토스가 서사시가 연대기적 역사와 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차이는

호메로스가 ‘신화’와 같은 집단의 기억을 주체성을 배제한 채(신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단지 전하는 것에 그쳤다면,

그는 본 것과 들은 것(탐사한 것)을 앞서 말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개진했다는 점입니다.

 

두서없이 정리를 하느라 잘 정리가 됐는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긴 분량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습니다^^ 하하.

혹시 보충하실 것이 있거나, 제가 정리한 게 말도 안된다!라고 생각하시면 댓글보다는 지체 없이 후기를 써주세용>_< 제 글과 상관없이 그 날 못한 말들이 있으시면 꼭 후기를!

다음 주는 <역사>를 끝까지 읽고 오시는 겁니다. 발제는 1조는 정우준, 2조는 김태욱, 3조는 류병화입니다. 요번 주에 발제 하신 것들을 보셨으니 잘해주실꺼라 믿어요. 간식은 2조입니다. 맛있는 간식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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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석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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