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제시 된 공통된 책을 읽고 감응하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작성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라면 후기는 토론 과정 그리고 선생님과의 교감으로 쓰인 글일 것이다. 전기가 내 안에 있는 부족함의 최대 한계치라면 후기는 확장 될 가능성을 지닌 부족함의 최대 한계치여야 하겠다. 마치 부리에 시퍼런 멍이 들면서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끼 병아리를 위한 어미의 쪼임 한 방에 눈에 띄게 금이 간 알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적어도 7일 동안 퍼렇다 못해 거므스름해진 부리를 지닌 모습이어야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선생님의 한 방을 확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번 과제에서 내 부리에 겨우 연두빛의 멍이 들어 온 나를 발견하셨던 것이다. 엄한 불호령이 폭우 같이 떨어지려던 찰나, 다행히도 부처님께서 나를 감싸 안아 주셨다. 벌써 초심이 흔들리려는게냐? 다시 옷 매무새를 잡아 본다.

  후기는 확장 될 가능성의 장이다. 전기와 후기 과정 이후에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을 적는다. 먼저 '인디언에 대한 백인들의 선의(?)는 종결되었는가' 이다. 무력하게도 아직 진행형이다. 오히려 더욱 발전 된 과학 기술로 보다 체계적인 선의의 행위가 버젓이 조작되고 있다. 그 명분은 더욱 그럴듯해졌고 심지어 이에 대해 타국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현상은 아직 선진국이라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어중간한 나라에서 심화된 듯 하다. 그들 스스로가 백인이 선정한 수준에 다다르려는 착실한 학생임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착실한 학생은 선생님을 따르려 하기에 그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근대적 인간은 유럽인이 되려 하는 비유럽인의 유럽인화라고 하지 않았나. 세계화, 전엔 긍정적으로만 들렸다. 최첨단 기기를 통해 물리적 거리와 국경이 무의미해 지고 언제 어디서나 각 국의 사건 사고에 동참할 수 있다. 이러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상호 정보가 증진되어 보다 가치 있고 능률적인 삶, 하나의 부당한 사건에 서로 공감하는 하나가 되는 인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먼저 내 옆에 있는 10년지기 친구와의 의견 충돌을 감당해 내기도 쉽지 않다는 걸 얻었고 가족이 한 마음 한 뜻 되기가 하나되는 인류만큼 곤란한 과제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금이 가기 시작한 세계화의 이미지는 국내의 지역 단체 간 충돌, 노동조합, 당파 싸움 등을 접하면서 평천하를 기대하는 에너지를 치열한 수신에 쏟기로 하였다.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지만 리얼리스트가 되고자 했던 체 게바라처럼.

  정보 기관은 세계화의 눈과 귀다. 보도하려는 사건을 자기 검열을 통해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과정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건의 배면 보기를 오로지 수신자의 몱으로 남겨 두어서는 곤란하다. 사건과 관계된 이들을 제외하면 딱히 관심을 갖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사건의 배면과 소수 연관된 자들이 사회적 약자일 때 발생하는 것이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강자가 약자를 학살 할 면허 부여) 아닌가. 이건 정말 유례없는 치명적이고 방대한 폭력이다. 소수의 권력자의 권력자에 의한 권력자를 위한 시스템, 그리고 일면만을 사건의 전면처럼 보도하는 기관, 양성되는 착실한 학생. 오늘날 역사를 쓰는 자는 누구일까? 누구에 의해 쓰여질까? 어떻게 쓰여지고 있을까?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후기에서 도출된 문제다. (후기는 그 과정에서 배운 개념의 단순한 요약이 아닌 새로운 자기 문제에 직면하는 기회라 믿는다.) 이러한 책이 출판되어 전 세계인의 호평을 얻어 현재 진행형인 인디언 선의의 정책, 일명 동화정책에 어떠한 반향을 일어키고 있는걸까? 조첨은 이 책을 읽은 자신이다. 내 주위에 산재해 있는 변형된 옴진리교, 사린, 수용소, 텅 빈 인간, 백인 그리고 시스템에 대해 민감함을 유지해야 하겠다. 콜럼버스의 발견과 나치즘에 이르는 연결고리를 부정해 보지 못했던 체제 속에 서서 작지만 나부터 그러한 고리를 잘라야 하지 않을까. 공부는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바로 보고 가치를 고민하면서 행동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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