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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그 첫 5000년 2번째 시간이었는데,  나는 공통과제를 못해서 참 미안했습니다. 일주일이 너무 빠르게 가버려서 이러다 금방 할머니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후기는 제 5장과 제 6장입니다.

  그레이버 씨는 정석으로 통하는 경제사에서 인간의 모든 삶을 교환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경제적 경험(공산주의, 계급조직) 모두를 제외시킬 뿐 아니라 인간들 중에서 성인 남자가 아닌 까닭에 일상적 활동을 물물교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실종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누구일까요? 여자와 노예입니다.  인류학자로서 부채의 역사를 추적하는 저자 그레이버씨는 세상사가 50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거라고 말하는데 좀 무서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이라면 B.C.3000년, 인류가 문명을 시작하는 시기인데 그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하는 나의 상식이 누추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채의 역사를 쓰기 위해 인류학 자료들을 보면, 아직 국가나 시장이 없는 곳에서 조개껍질, 깃털,동물이빨, 옷감, 화장품 원료 등  결혼을 준비하고  용서를 구하고 조약을 협상하고 추종자를 얻으려는 노력에  이용되는  이 물건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원시적 버전이 아니라 사회생활 자체가 그것들을 얻고 쓰는 행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적 통화" 였습니다. 저자는 그런 것을 사용하는 경제를 "인간경제"로 부르기로 하지만 이 사회가 반드시 더 인간적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주 잔인한 사회도 있었습니다. 그 사회들의 경제체제가 부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 존재들의 창조와 파괴, 재배치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필리프 로스파베의 이론에 따르면 화폐는 결코 상환될 수 없는 부채의 존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인간 경제에서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로 그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재화는 없기 때문에  결혼할때 신부값으로 건네지는 물건들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부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인 것입니다. 또 살인자 가족이 희생자 가족에게 주는 물건들도 죽음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목숨 하나를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됩니다. 한 생명에 대한 빚을  일시적으로 미루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생명을 다른 생명으로 갚는다는 생각도 인간의 절대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렐레족처럼 한여자를 다른 여자와 교환의 대상으로 만들려면 그여자를 현재와 같은 독특한 존재로 만든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했습니다 그녀가 그때까지 살아온 환경을 버리고 노예가 되기까지는 엄청난 규모의 체계적인 폭력이 필요했습니다. 남녀 사이의 관계들은 이런 합법적 잔인성의 틀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여자들이 다른 물건과 교환가능해지는 것은 전쟁과 노예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노예제도는 인간을 추상적인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었고 그들을 익명의 거래단위로 전락시키는 능력 자체가 최고의 명예의 표현이 되었습니다   명예에 대한 공격이야 말로 폭력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명분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부채 위기는 수메르의 해법과는 달리 채무노예를 없애는 대신에 가난한 사람들을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 인력으로 보내어 폭발적인 노예 수 증가로 사회의 본질이 바뀌었습니다.상업적 화폐의 등장으로 낡은 형태의 계급조직과 공산주의적 관계가 존재하던 낡은 형태의 상호부조가 훼손되었습니다. 그 결과 극도의 도덕적 혼동이 일어났습니다. 

 초기 로마의 역사도 그리스처럼 채권자와 채무자의 정치적 투쟁의 역사였고 이 결과 거대한 해외 식민지에서  노예들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자유는 모든 권리와 함께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면서 공동체에서 관계를 뿌리내리는 의미였으나 로마에서 노예에 대해 갖는 주인의 권력을 의미하게 되면서 자유란 자기재산을 자기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자유를 팔 수있고 양도할 수 있는 것으로 훗날 국가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고 오늘날 임금노동을 뒷받침하는 사상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주인과 동시에 노예의 위치에 놓는 것입니다. 이런 자아 분열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재산과 법과 자유에 대한 우리의 가설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 관계의 본질은 부채로 집약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낡은 인식에 갇혀 새로운 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을 성찰해야 합니다.

 

  • 영은 2015.01.25 18:21

    ㅋㅋㅋ '할머니'에 빵!터졌습니다. 우리 그레이버씨가 매 장 마다 던지는 질문이 의미심장한 듯. 정신줄 놓고 읽다가 퍼뜩 정신이 들게 하잖아요. 낡은 인식, 공부하면서 이거 한 번 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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