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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버의 글은 놀랍습니다. 과거 그들은 저와 같이 살았구나~ 호오, 신기하다~재밌네~ 문화인류학은 이처럼 단순한 호사가적 재미에 그치기가 쉽죠. <부채 그 첫 5,000년>에서 그레이버는 우리를 그런 호기심이나 재미에 빠져 있도록 두지 않습니다. (하긴, 과거의 인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가 알아서 뭐하겠습니까? 여기서 그치면 그야말로 어디가서 나 이런 거 아네 자랑질 하는 지식 한 줄 늘리는 것에 불과하죠.) 매 챕터마다 과거를 여행하는 우리에게 그는 현재를 질문합니다. 그때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죠. 평등, 책임, 명예, 자유 그리고 인간! 저는 이번에 그의 글을 읽으며 이런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 

    이번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돈의 본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화폐가 교환이 아니라 인간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조직하는 사회적 통화로 쓰이는 '인간경제'에서, 그것이 교환의 수단이 되는 '상업경제'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봤죠. 인간경제 안에서 물건은 신용거래를 통해서만 움직였습니다. 돈이 있었지만 돈은 관계를 조직하는 데에만 쓰였을 뿐 그것이 교환의 수단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상업경제가 인간경제를 덮어버리고 돈이 드디어 교환에 이용되게 된 후 지금까지 쭉 교환의 세계, 즉 돈의 세계가 펼쳐졌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레이버는 신용경제와 금속화폐의 경제는 인류사에서 순환했다고 말합니다. 

   신용거래는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 간의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평화의 시대에는 이런 시스템으로 인간사회가 굴러갈 수 있었죠. 그런데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의 시대는 다릅니다. 그가 규정한 B.C.800~A.D.600년의 '축軸의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시대였고 온갖 사상이 폭발한 시대였으며 종교의 시대였습니다. 중국으로 말하자면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진과 한의 제국의 시대, 위진남북조, 수나라까지가 정도가 되는 시기입니다. 암튼, 전쟁의 시대에 물건은 아주 간단한 과정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타지인, 내지인이 마구 섞이는 상황,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먹고 살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들이 필요했죠. 물건은 상대를 잘 알든 모르든 신뢰하든 안 하든 움직일 수 있어야 했습니다. 마침 전쟁에 이긴 병사들은 금과 은의 귀금속을 훔치기 쉬웠습니다. 전리품 같은 거죠. 이것은 어디서나 사람들이 받아줬기에 물건과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과 은같은 귀금속에 숫자와 글과 이미지를 박아넣은 주화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어떤 물건도 가질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은 주화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것 같습니다. 오오! 이제 인간은 돈의 엄청난 힘을 깨닫게 된 듯 합니다. 모두가 돈을 쫓기 시작했거든요. 바로 물질의 시대가 개막된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생겨난 사상은 바로 이 물질 너머의 '물질의 본질'에 대한 사고였습니다. 그리스 철학의 시작을 알리는 탈레스, 아낙시만데르, 아낙시메네스의 질문은 "세상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가?" "세상 만물의 바탕을 이루는 물질은 무엇인가"였습니다. 도대체 인간과 소를 이루는 근본 물질은 무엇인가, 어떻게 인간은 인간의, 소는 소의 형태를 갖게 되는가. 그들의 질문은 이런 거였습니다. 하여 그들 각각은 만물의 근본 물질을 물, 공기, 아페이론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사물은 저것으로 만들어졌고 또 언젠가 저것으로 해체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근본 물질에 대한 사유. 바로 돈에 대한 생각과 비슷하지 않나요? '축의 시대'에 등장한 철학을 주화의 본질에 대한 명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바지만 분명히 주화의 존재가 그들 사상에 단초를 제공한 것만은 틀림없다고 그레이버는 말합니다. 물질 그 너머에 대한 사유, 철학의 탄생이 물질주의가 폭발하는 시대, 돈의 시대에 탄생했던 겁니다. 그러니 새로운 형태의 돈, 주화에는, 물질과 (물질의 결합원리로서의)영혼, 이익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그럼에도 사랑을 이야기 하는 지성-축의 시대에 모든 문명권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사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공자, 붓다, 예수가 그런 인물들이죠-이 돈의 본성에 이미 각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이쿠, 아무 생각없이 매일 쓰는 돈에 이런 이중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니요. ^^;; 

    혼란의 시대인 '축의 시대'가 지나고 중세(A.D. 600~A.D.1450)에는 다시 신용경제로 회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돈의 경제로 다시 돌아간 것은 '자본주의 제국의 시대'가 시작되는 1450년부터이구요. 앞으로 읽어야 하는 남은 분량이 그 시대에 속하는 것이죠.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가고 있네요. 나머지도 가열차게 읽어 보아요~ 

    미리 공지했듯, 2월 5일은 채운샘의 강의가 있습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것, 질문할 꺼리를 준비해 오시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와서 청강하셔도 좋습니다. 간식은 각자 조금씩 준비해 옵시다요. 7시까지 절대로 늦지 말고 오시구요. <부채~> 남은 분량 미리미리 읽어 두시구요. 

    자, 건강한 모습으로 2월 첫 번째 밥상에 같이 둘러 앉아 보아요! ^^   

  

     

<2월 5일 세미나 공지>


채운샘 강의!! 


간  식: 각자 조금씩 준비합니다.


-이후 일정-

2/12  <부채 그 첫 5,000년> 제10장~끝

            발제: 연주, 간식:지윤

2/19  구정연휴 휴강

2/26  에세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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