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학기 동사서독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백수영 샘께서 드뎌 컴백하셨구요. 진정한 환대와 감회의 시간, 이었으면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되더라고요. 저만 그랬던가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온갖 고뇌에 걱정에 심란함으로 가득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은, 이틀이나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고요.ㅠㅠ
윤정과 선영의 발제문에서 문제가 되거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 다음, ‘나는 오랑캐 옷을 입었소’의 내용의 일부를 살폈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춘추공양학파가 중화주의적 관점에서 흉노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강력한 기마부대를 가진 흉노를 상대로 한무제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들을 확인했네요. 이런 책들을 보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영역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열전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평진후 주보 열전’에서 ‘화식열전’까지의 내용을 훑었습니다. 문경시절 이후로 느낀 바이지만, 사마천이 고대 인물들에 대해 쏟았던 것 같은 존경이나 애정 같은 건 쉽게 찾기가 힘든 편들이 많았습니다.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모호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해서 캐릭터가 분명하게 잡히지도 않고, 그만큼 전형성도 떨어지는 것 같았고요. 인물들이 갖는 신화적인 측면은 사라지는 대신 리얼리티가 더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는 분명 사마천 당대의 인물들이라서, 분명한 평가를 내리거나 입장을 밝히기가 힘들어서였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 가운데서도, 급장유 같은 인물들은 참, 한 무제라는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면에서 참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신하, 쉽게 내치기는 힘들지만 맞딱드리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한무제에게는 급암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혹리와 순리, 그리고 공자학파의 후예들, 흉노를 비롯한 대원과 조선 서남이 등 소위 오랑캐들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들을 접했습니다. 채운 샘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품고 있는 도덕주의의 뿌리가 성리학에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문제제기였습니다. 인격과 행위가 완벽하게 합치되지 않은 인물들을 만나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던 적이 많은데, 어쩌면 이 시기의 인물들에게 인격이나 도덕적 기준은 그닥 중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공부 주제가 될 듯도 합니다.
드뎌, 대망의 ‘화식 열전’. 천도란 게 별도로 존재하던가요? 인간의 본능과 욕망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바로 천도라고 사마천이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도무문!!! 넓어진 강의 하류를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마천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하면 좀 오번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논하고 있는 ‘화식 열전’에 오게 되면, 여기가 바로 사마천이 도달한 삶의 지평이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할 얘기는 많지만, 이만 총총.
재길, 선영 샘은 6매 이상, 나머지 분들은 8매 이상 써 오시고, 에세이의 마지막 절은 반드시 <사기>를 통해 새롭게 알거나 깨닫게 된 역사의 이미지나 관념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10시까지 오시고, 간식은 적당히들 싸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바쁜 자판질은 이제 그만. 다들, 그 날 뵈어요.
태욱샘의 심란한 마음이 전해지는 군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