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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사서독 학기가 종강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이라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지난 시간은 2015년도 첫 수업이었는데, 다들 어떠셨는지요. 한 해 한 해가 쌓이는 것 없이 흘러가는 거 같아 새삼 무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새롭게 만나게 될 공부와 인연들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올해도 지금까지처럼 동사서독 동학 여러분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고 살아가는 얘기들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이번 시간에는 <사기> 중 한 무제 이전 제국의 성립기를 다룬 세가와 열전 몇 편을 읽었습니다. 저희 조에서는 사기가 보여준 지존의 테마라 할 수 있는 ‘영원한 것은 없다-모든 것은 무너져 내린다-’는 것에 대해 많은 말들을 나누었습니다. 이전 세가들에서도 여실히 확인한 바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읽은 ‘진섭세가’나 ‘유씨 세가’는 존속 기간이 짧아 더 그런 느낌을 부채질한 듯합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살아내는 운명이라는 것도 사실은 얼마나 사소하고 우연적인 계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하여 운명이라는 것도 사실은 있다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인 기록이나 기억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운명화’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얘기들도 주고받았습니다. 주로 거론된 인물은, 역시나 짧은 기간을 야생의 이리처럼 날뛰며 포효하다 어이없게 ‘기사’의 손에 죽은 풍운아 ‘진섭’이었습니다. 그의 원한과 야망, 그리고 민심을 끌어내고 여론을 조작해 스스로에게 천명을 부여하기 위해 행한 여러 전략들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섭 세가’가 ‘진섭’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통일 제국 진이 무너지고 무수한 제후국들이 들판의 불길처럼 순식간에 다시 일어나는, 그 전환기의 풍경을 부각시키고자 쓰여졌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 주 강의에서 채운 샘께서 강조하신 것은 ‘시간’의 문제였습니다. 읽으면서 모두들 느꼈겠지만, ‘공자세가’가 끝나고 ‘진섭세가’로 접어들면서 사뭇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주나라의 제후국들을 떠돌며 연결해주고 통일성을 부여했던 공자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춘추전국시대가 마감되고, 진제국 멸망의 기폭제가 되었던 진섭을 기점으로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죠. 분명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나 힘이 달라지긴 했는데, 그건 욕망과 관련된 것일 수도, 세나 권력 관계와 관련된 것일 수도, 그것도 아니면 사마천의 서술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공자와 진섭 사이의 시간의 단절이라고 하십니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300여년의 시간차가 있는데, 맞붙여 놓고 있다는 것이죠. 이같은 배열이 가능한 것은, 우리 시대와 시간관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근대적인 역사에서는 시공간을 선험적인 것으로 추상화시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연대기적인 균질성이 역사인식의 바탕에 깔려 있다면, 사마천의 시대에는 시공간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과 더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불연속적이고 불균질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에 대한 감수성이나 인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던 지점들이 존재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세가의 초반 3편과 그 이후, 그리고 ‘정세가’와 이후 ‘조위한 세가’ 사이의 단절 같은 것들, 그리고, ‘자객 열전’을 흐르는 그 듬성듬성한 시간들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같은 시간의 문제는 현재 우리 시대를 살펴보는데도 유효하다는 것. 현재 아이들을 보면, 그들은 분명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시간을 연대기적이고 선형적인 것으로 표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나저나, 이 문제는 참 어려운 거 같은데요, 어찌됐든 돌파하지 않으면 <사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미궁으로 다가올 것만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규성 선생의 <사기> 해설서 중에서 ‘구성과 서술의 특색’에 대한 내용을 읽었습니다. 그 동안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사기>의 전체적인 구성 체재가 사마천의 역사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어 총론격으로 읽을 만했고, 특히 사마천의 문장이 상황을 얼마나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예문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었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답니다. 게다가 정갈하고 명쾌한 문장이라니.아, 얼마나 사기를 읽으면 이 정도까지 얘기할 수 있는 건지, 좀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나름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사기>로 뭔가 자기 얘기를 해볼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사기 읽기는 끝이 나서는 안 되겠지요.^^



 

다음 시간 공지


[세가]는 ‘소상국 세가’에서 ‘강후주발세가’까지,

[열전]은 ‘번 역 등 관 열전’에서 ‘계포 난포 열전’까지 읽고, 공통과제.

발제는 유혜경 선생님, 간식은 김완수 선생님과 김태욱입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특별과제가 있습니다.

기말 에세이 쓰실 주제를 정해 오시고, <맹자> ‘등문공 하’편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 도록 여러 번 읽어 오시는 겁니다. <맹자> 암송은 없는 대신, 읽기 시험을 본다고 하니 그 동안 배운 거 복습해 오시면 될 듯합니다.



  • sun0 2015.01.05 18:49
    단편적인 사기 읽기도 버벅버벅대는 일인인지라, 사기의 '구조' 얘기만 나오면 불안과 좌절이 엄습. 그래도 수업 막바지로 갈수록 내가 뭔가 대단한 코끼리를 더듬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좀 오묘한 기분(아직 코끼리 발톱조차 잘 안만져지긴 하지만^^). 그런데 이런 좋은? 흐름에 나는 결석을 해야하다니......
  • 윤차장 2015.01.05 22:31
    어쩔~ 우리 조 돌아가면서 결석하는 분위기~ ㅋ~ 글구, 불안 좌절 NO! NO! 좋은 분위기만 이어갑시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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