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윌슨>에서, 우리는 한 남자가 자신의 영혼을 죽이려고 하는 다소 노골적인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윌리엄 윌슨이라는 기계적이고 탐욕스러운 자아는 살아있는 자신인 윌리엄 윌슨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탐욕스러운 자아는 살아남아, 스스로를 서서히 몰락시켜 무한한 먼지로 화한다.

<모르그 가의 살인><황금벌레>, 그 역학적인 이야기들은 절묘하게 연계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끝까지 추적하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그 흥미라는 것은 예술적이기보다는 과학적인, 심리적 반응의 한가지다.

살인 자체의 매력은 기이한 것이다. 살인은 단지 죽이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살인은 생명 자체의 정수를 손에 넣고, 그것을 죽이려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몰래 하는 일이며, 종종 시체를 훼손하는 일이고, 피살자의 정수를 손에 넣고, 정수를 추구하며, 소유하려는 시도다.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살인의 예술에 매료된 두 남자가 드 퀸시와 포라는 사실은 기이한 일이다. 그들은 매우 다른 삶을 살았지만 어쩐지 천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 보면, 극도의 사랑과 극도의 증오에 대한, 다시 말하면 타자의 영혼이 휘두르는 알 수 없는 폭력에 의한 것이거나 혹은 자신 안의 영혼이 끔찍하고 죽음과 다름없는 굴복에 의한 소유라는 것에 대한 색다른 욕망이 존재한다. 즉 홀로서기와 한계수용이라는 남자다운 가치의 결여다.

심문과 고문은 살인과 유사하며, 같은 욕망에서 기인한다. 심문자가 생명 자체의 정수를 손에 넣고 그걸 간파하느냐의 여부는 심문관과 희생자 사이의 투쟁에 달렸다. 그 영혼의 정수를 간파하는 것. 인간의 사악한 의지는 여기에 천착한다. 인간의 용감한 영혼은 그가 가진 생명의 정수가 간파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꼭 좌절된 의지가 사후에도 사악하게 존속될 수 있듯이, 용감한 영혼 역시 고문과 죽음을 겪으면서도 생명과 진실의 정수를 보존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는 사악하다. 인간 삶의 정수를 파괴하기 위한, 한 사람의 삶의 정수를 손에 넣기 위한 모든 고문기술이 고안된 사회다. 가능한 모든 형태의 기술들이. 그래도 아직 인간은 웃을 수 있고 성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사악하고 사악하며, 사랑 또한 사악하다. 그리고 악은 또 악을 낳고, 낳고 또 낳는다.

그러므로 수수께끼는 계속 남아있다. 라브뤼예르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홀로 지낼 수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사랑을 갈망하거나, 단지 사랑이 전도된 감정인 혐오감에 불탈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보다 더한 일이 있다. 우리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홀로서고, 그리고 성령의 소리를 듣는다. 우리 안의 성령이자 많은 신들의 소리를. 많은 신들은 오고가며, 누군가는 이것을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또 다른 것을 말하니, 우리는 가장 내밀한 순간의 신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우리 안의 성령을 구성하는 신들의 복수성이다.

하지만 포는 오로지 사랑, 사랑, 사랑, 강렬한 진동과 고양된 정신밖에 몰랐다. 약물, 여자, 자기파괴, 그런 중에서도 고양된 정신과 사랑의 감각이 주는, 흘러넘치는 무지갯빛 충만감. 포 안의 인간 영혼은 길을 벗어났다. 하지만 그가 영혼을 잃은 건 아니었다. 포는 영혼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솔직하게 우리에게 말했다.

그는 인간 영혼의 지하묘지, 지하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지하통로를 탐험한 탐험가였다. 포는 타고난 비운에 대한 공포와 전조를 알렸다.

비운의 포. 그는 더 많은 사랑을 바라며 죽었고, 사랑은 그를 죽였다. 그 끔찍한 질병, 사랑. 포는 우리에게 그의 질병을 말해주는데, 거기다 자신의 병을 온당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려고까지 한다. 심지어 성공적이었다.

그것은 불가피한 허식이자 문학, 특히 미국 문학의 이중성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작작세미나 공지] 9월5일, 5개월을 또 달려봅시다! 2 2014.08.24 1918
55 1/30일 수업 정리 2 미영 2015.02.06 428
54 1/16 호손 정리 2015.01.21 713
53 jan/2/ 2015 호손 정리 2015.01.07 434
52 12/26일 수업 정리 미영 2014.12.31 343
51 12.26 호손 정리 혜원 2014.12.26 335
50 12.12 호손 정리 2014.12.18 519
49 12. 5일 호손 정리 1 2014.12.09 448
48 11/28일 수업 정리 미영 2014.12.04 856
47 11.21 호손 정리(4) 2014.11.26 418
46 11.14 호손 정리 혜원 2014.11.21 14250
45 11/7일 수업 정리본 미영 2014.11.13 1942
44 [작작세미나 시간 변경 공지] 작작 10.31일 정리 _ 호손 (1) file 2014.11.11 1884
43 작작 11월 14일 분량 올립니다 file 2014.11.11 1611
42 작작세미나 다음 시간(11.7) 자료 올려드립니다 file 2014.11.02 1667
» 10.24 포 정리(수정) 혜원 2014.10.30 3229
40 미리.. 알려요. 5 미영 2014.10.27 1981
39 10/16일 수업 정리본 1 미영 2014.10.23 5829
38 깜박했네요. 미영 2014.10.17 2190
37 10.10 포 정리 2014.10.15 6042
36 9.26 포 정리 혜원 2014.10.10 47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