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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늘 힘들고도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는 매번 읽는 책이나 강의 내용을 지금 여기, 자신의 삶 속으로 끌고 와 문제의식을 벼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몇 번을 쓰다 보니(.), 후기 쓰기가 단순히 내용 정리가 아닌 읽고 배운 것들을 내 삶 속으로 새겨 넣은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의 열기나 들썩거림을 무미한 일상으로 끌고 오는 일, 참 어렵고, 막막한 일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에도 숨가쁘게 많은 것들을 읽었네요. 먼저,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의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과거 쓰기’. 발제를 해 오신 완수샘부터 번역투의 문장 덕에 애를 먹었다고 하셨고, 우리 조에서도 그런 불만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내용은 아닌데, 왜 이리 머리에 안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채운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원문과 번역문 사이의 간극은 공부하는 우리들로서는 감수하는 도리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용 면에서는, 조원들 모두 쌍수 들어 대환영이었습니다. 다른 조에서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난 학기에 상서국어읽을 때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말들도 있었고, 중국의 경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그것들을 떠받들고 신성시해온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해석과 접근법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였죠. 내친김에 유일한 전공자인 우리 외인부대 조장님께서는, 고대 중국의 문명과 중국사를 대하는 중국학계와 서구학계의 분위기 차이를 설명하면서 이런 류의 책들이 쓰여질 수 있는 학문적 배경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설명해 주셨답니다.(어머낫, 멋졌어요~~^^) 그밖에도 글쓰기와 권력, 그리고 국가의 관계에 대해 자신의 입장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고요.

 

루이스 글의 핵심은 고대 중국에서 과거를 끌어들이고 서술하는 능력이 지적, 학문적 권위를 형성하고 확립하는 데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나를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그는. 유가를 비롯해 묵가, 도가, 법가 등 무수한 학파들이 그야말로 백가쟁명하던 전국 시대, ()를 둘러싼 엄청난 사상적인 쟁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진단 및 해결책, 학문적인 정체성과 이미지, 권위를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과거에 대한 해석 및 서술을 통해 접근했다는 것이지요. 각 학파의 사상적 색깔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각 학파들의 학문적 요구나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고대가 어떻게 상상적으로 재발견되고, 성인들 또한 어떻게 선택적으로 소환되고 재해석되는지를 루이스는 제법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천년 유교 경전으로 떠받들어졌던 상서(서경)’가 시대적 상황이나 학파의 관점에 따라 달리 쓰이고 지속적으로 추가되어온 무수한 결과물 중 하나였다는 사실 앞에서는, 살짝 어이없기까지 했습니다.(물론, 그 불균질성을 두고 낌새를 못챘던 건 아니지만). 인간사 모든 것이 그러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 앞에 남아있는 모든 텍스트들 또한 역사적으로 구성되거나 연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여기서 정리를 하기는 힘들지만, 각 학파들간, 나아가 학파내에서의 구체적인 차이들을 읽는 것 또한 은근 깨알 재미를 안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고대 중국 사상사에서 과거는 일종의 전쟁터나 다름 없는 시공간이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이 도가의 태도였습니다. 다들 요순을 불러오고, 그들을 통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도덕적, 정치적 이상 및 문명적 기원을 정립하고자 했던 다른 학파들과는 달리 그들은 과거 속에서 우주 기원의 시간 및 우주의 내재적 원리를 찾아내 서사화하고자 합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생명의, 낳고 살아가는 것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기원을 논하고자 했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공부와 관련해 얘기해 볼만한 것이, 이런 도가적 사유로 역사쓰기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입니다. 어쨋든 역사란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 가운데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볼 때, 무위자연의 법칙 없는 법칙에 합치되고자 하는 도가에게 역사를 쓴다는 일은 어쩌면 쓸모없는 무망한 짓거리가 되기 십상이거나, 오히려 에 위배되는 일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그런데 역사가인 사마천 부자가 이 도가에 경도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채운샘께서는, 도가적인 체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역사를 썼다고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뭔가에 대한 욕망이나 집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적인 현실에 대한 유가적인 뜨거움과 세계 전체의 운행원리를 바라보는 도가적인 서늘함, 둘 사이의 긴장에서 사기가 쓰여질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꽤나 절절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쉽지 않은 테마인 것만은 분명한 같습니다. 도가, 더 나아가 불교에서의 역사 인식 및 글쓰기의 문제! 밀고 나가 볼만한 주제이지 않은지요.^^

  그밖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샘께서 지적해 주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지식인과 권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만 합니다. 전국 시대에 ()’에서 비전을 찾고자 했던 학파원들에게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어쩌면, 그들이 과거를 어떤 식으로 자기화했느냐 하는 것보다 그들이 현실에 대해 가졌던 태도인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현실을 critical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과거로 달려가지 않았겠지요. 나아가 그들이 정치 권력과 거리를 둔 채 학문적, 이념적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과거에 대한 해석권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들 또한 없었을 터이지요. 그들 중 많은 학파들이 국가 질서의 외부에서 자신들의 지식과 학문 체계를 구성해 나갔다는 것. 이 점,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국가나 자본에 포획되어 주류의 지식들만을 양산해 내기에 바쁜 요즘의 지식인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고대 중국에서 글이 갖는 위치나 지식과 권력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생각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고 하셨네요.

다음으로, 니덤의 글. 그는 시간관을 직선적인 것과 순환적인 것으로 나누고, 기독교에 바탕을 둔 유럽적인 것을 전자에, 그리스나 인도의 시간관을 후자에 배당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으로, 해당 문명이 기원과 종말을 상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두고 있고요. 그러면서 중국적인 시간관을, 넓은 의미에서의 직선적이라 보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경우는, 서구인들처럼 종말을 향해 곧게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면서 나아가는 식으로 시간을 표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접근에 대해 채운 샘께서는 글이 쓰여질 당시에는 그런 식의 대비가 유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는 올드해 보이는 게 어쩔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두 도식에서 벗어나 역사의 시간을 설명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덧붙이셨고요. 다들 마음 속으로 새기셨을 거라 믿습니다. 이 모든 게 채운 샘만의 독백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마지막으로, 다시 다이준의 사마천과 사기의 세계’. 주로 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죠. ‘본기, 중심은 그 중심의 붕괴나 대립하는 힘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 ‘세가는 중심의 중심성을 방해함으로써 중심을 불가능하게 하는 힘들의 관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본기의 자장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본기로는 환원되지 않는 자기들끼리의 고유한 연관관계 속에서 부딪치고 분열하다 어느 순간 훅하고 사라지거나 저물어가는 세계를 세가편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문예가답게 다이준은 포우의 유레카를 끌어들여 세가 속의 인물들을 밤하늘 별들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이란... . ‘세가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아무래도 공자세가였습니다. 현실적인 권력을 가진 제후나 왕, 봉해지고 망하는존재가 아님에도 과감히 공자를 세가의 정중앙에다 자리 잡아준 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이준은, 공자가 어디에도 속하는 곳 없이 당시의 세계를 비판하는 위치에서 세가들을 이어주고 순환시키는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채운 샘은, 공자가 구조주의에서 말하는 빈칸같은 존재로, ‘사기라는 구조 전체를 순환시킨다는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이래저래, 세계 및 존재의 무상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다이준이 부딪쳤을 무상성이기도 할 텐데, 이 무상성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절대 지속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는데, 이 부분 를 읽으면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시간에도 다이준의 책을 챙겨 오시고요.... 드뎌, 다음 시간부터는 사기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이준의 관점과 우리의 독법을 결합시켜 뭔가 새롭고 다채로운 논의들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읽어야 할 책!

 

- 사마천, <사기> ‘’(심플하긴 한데, 더 부담스럽다는 느낌~~)

+<사마천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부분

 

이번 발제는 제리 샘. 고생 많으시겠고요...

그리고 간식은 장윤정, 현옥샘. 맛난 거 부탁드립니다.

다들, <맹자> ‘등문공 편, 앞부분 외워오는 거 잊지 마시고요.(특히, 누구 누구~~~~)

 

그러고보니, 지난 주는 특별했던 거 같습니다. 몇 분이 늦으시긴 했지만, 간만에 전원이 참석해 강의실을 꽉 채웠고요, 게다가 신입 멤버이신 김재길샘까지 동참하시기로 하셨습니다. 맞지요? ^^  하여, 다음 시간에는 일찌감치 수업 마치고 환영회를 하시겠다고 합니다. 뒤풀이 비용 조금씩 챙여 오시고요. 남은 날 잘 보내시고, 토요일에 뵈어요.

 

 

  • 윤차장 2014.10.21 13:49

    아이코, 실한 후기, 읽으면 지난 시간이 정리가 훅 되는 후기 감사합니다요~~^^ 언제 올리시나 기다리고 있었다능~~~

  • jerry 2014.10.21 14:26

    반장되면 다 이런가? 공지만 보면 범생이 태욱샘이 다시 돌아온듯... 마구 부탁과 당부를 하면서...수업시간에 되게 열심히한 듯....이건 뭐지? 반장 같잖아?

  • 백수영 2014.10.21 15:31

    그날 강의 내용이 진정  이러했건만... 제가 필기한 거 가지고는 도무지 이렇게 복습이 안 됐답니다ㅜㅜ 채운샘 강의와 반장님 후기, 수레바퀴가 둘인 이유, 바로 그거 아닌가 합니다~ 꾸벅^^

  • 은남 2014.10.21 16:37

    저는 다음 분량의 책을 읽기 전에  꼭 반장님의 후기를 읽어야 진도가 나간답니다.  반장님 고맙습니대이~

    그런데 하동은 본명이신가요?  경남 하동 화개장터는 아닙죠? 무슨 깊은 뜻이라도 있으신건지요.. 

  • 채운 2014.10.21 18:32

    수업시간엔 잠만 자는데 셤보면 백점... 머 그런 고딩 코스프레??  이 댓글들은 그렇게 '놀면서 공부잘하는 애'에 대한 (칭찬을 빙자한)열폭?? ㅋㅋ 글고요, 저는 결코 '일찌감치'라고 한 적이 없사옵니다. '조금 일찍'이라고 했겠지요. 이 엄정한 시국에 유언비어 날조라뇨...yellow_emoticon%20(13).gif

  • 영수 2014.10.21 21:50

    와~~~태욱샘, 어메이징한 후기 감사합니다^^  왜 이제야 반장을 하셨을까?  

     

  • 하동 2014.10.22 08:09

    아직도 나의 진정성을 두고 짝퉁으로 코스푸레로 비아냥거리는 분들이 계시다니... 수년간 공부 헛한 거야ㅠㅠ

    글고, 저 오글거리는 반응들~~ㅋ 나를 아주 후기 노동자로 주저 앉히려는 발칙한 속셈들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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