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년 동안에 나는 또 많은 피와 눈물을 보았지만
내게는 잡감만 있었을 따름而已이다.

눈물이 마르고, 피는 없어졌다. 도살자들은 유유자적 또 유유자적하면서
쇠칼을 사용하기도, 무딘 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잡감'만 있었을 따름이다.

'잡감'마저도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던져넣어 버릴'때면
그리하여 '따름而已'만이 있을 따름이다.

<이이집>, [제사]



: [제사], [혁명시대의 문학]에서, 그리고 <이이집> 곳곳에서 루쉰은 무력감을 숨기지 않는다. 도살자들의 시대에도 루쉰은 '잡감만 남길 따름'이라고 쓴다. 그런데도 루쉰의 글은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쓴듯, 정작 무력하지는 않다. 그에게 잡감은 쇠칼이나 무딘 칼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처럼 보인다. 맞서 싸우기 위해 들어야 하지만, 언젠가는 손에서 놓기를 원할 따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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