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년 동안에 나는 또 많은 피와 눈물을 보았지만
내게는 잡감만 있었을 따름而已이다.

눈물이 마르고, 피는 없어졌다. 도살자들은 유유자적 또 유유자적하면서
쇠칼을 사용하기도, 무딘 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잡감'만 있었을 따름이다.

'잡감'마저도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던져넣어 버릴'때면
그리하여 '따름而已'만이 있을 따름이다.

<이이집>, [제사]



: [제사], [혁명시대의 문학]에서, 그리고 <이이집> 곳곳에서 루쉰은 무력감을 숨기지 않는다. 도살자들의 시대에도 루쉰은 '잡감만 남길 따름'이라고 쓴다. 그런데도 루쉰의 글은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쓴듯, 정작 무력하지는 않다. 그에게 잡감은 쇠칼이나 무딘 칼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처럼 보인다. 맞서 싸우기 위해 들어야 하지만, 언젠가는 손에서 놓기를 원할 따름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3.6] 루쉰 전작읽기! 8 file 혜원 2014.02.03 16821
16 5월 다섯번째 태람 2014.06.05 139
15 화개집-1 태람 2014.06.08 144
14 화개집-2 태람 2014.06.15 1457
13 6월 첫째 주, 둘째 주 오나루 지수 2014.06.18 114
12 화개집-3 태람 2014.06.19 124
11 화개집 1,2,3 혜원 2014.06.22 171
10 6월 셋째주 오나루 지수 2014.06.24 1509
9 화개집-4 태람 2014.06.28 134
8 화개집 속편-1 태람 2014.07.03 163
7 화개집 속편 혜원 2014.07.07 180
6 화개집 속편-2 태람 2014.07.14 152
5 화개집속편의 속편 태람 2014.07.24 734
» 이이집 1 혜원 2014.08.03 173
3 이이집-2 태람 2014.08.08 260
2 삼한집 태람 2014.08.23 238
1 삼한집 혜원 2014.08.27 18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