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나의 필치가 비교적 신랄하고 말도 때로는 사정없이 한다는 것을 나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또 나는, 사람들이 공리주의라는 미명, 정인군자라는 휘호, 온순하고 돈후한 가면, 유언비어와 공론(公論)이라는 무기, 애매모호한 글을 사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며 무기도 없고 붓도 없는 약자들을 숨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내게 이 붓이 없었더라면 모욕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 점을 깨달았으며, 그래서 항상 사용하고 있고 더욱이 기린의 껍질 속에 있는 마각(馬脚)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만일 저 허위자들이 갑자기 고통을 느끼고 반성을 하고 재주가 바닥이 난 것을 알고 거짓 얼굴을 덜 짓는다면, 진원 교수의 말을 빌어 하자면 하나의 “교훈”이 되겠다. 누구든지 진짜 가치를 드러낸다면 그것이 반푼어치도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결코 일언반구도 감히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극 놀음의 방법으로 기만하려 한다면 그야 안 될 일이며, 내가 아는 한 당신들과 어물어물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철”은 진원 교수를 지원하기 위해서 로맹 롤랑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그 대의는 누구나 몸에 다 귀신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다만 남들의 몸에 있는 귀신을 때릴 줄만 안다는 내용인 듯하다. 자세히 보지 않아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동소이하다면 마찬가지로 지원교수의 몸에도 귀신이 있다는 것을 승인한 것이며 물론 이사광 교수도 벗어나기 어렵다. 그들은 이전에 귀신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가령 정말로 자기 몸에도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만두는” 일만 하더라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연극 놀음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냄새나는 거드름을 더 이상 피우지 않고, 당신들 교수의 직함을 잊어버리고, 또 청년들을 지도하는 선배 노릇도 하지 않고, 당신들 “공리”의 깃발을 “똥차”에 꽂아버리고, 당신들 신사 복장을 “냄새나는 변소”에 던져버리고, 가면을 없애버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진담을 몇 마디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나는 아직 "그만둘"수가 없다> 중에서)

 

: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교수들, 그저 "높은 모자와 가죽 두루마기를 입고서 거드름을 피우"며 스스로를 청년들을 지도할 중책을 짊어진 선배 혹은 스승이라는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루쉰은 직격탄을 날린다. 청년들은 가식적인 스승을 원한적이 없다고. 온순하고 돈후한 가면을 무참하게 찢어버리지 않는 한, 겉으로 아무리 좋은 간판을 잔뜩 내건다 해도 그들은 스승이 될 자격이 없다.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악랄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좋은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자가 아니라  서서 진심이 담긴 몇 마디 말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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