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데 없고 전도가 없는 인물일수록 더 장수하려 하고 더 썩지 않으려 한다.

자기 사진을 더 많이 찍으려 할수록 남의 마음을 더 차지하려 하고 냄새나는 거드름을 더 잘 피운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결국은 스스로 무의미함을 느껴 아직 다 썩지 않은 "옛것"을 한 입 꽉 물어

창자 속의 기생충처럼 함께 후세에 전해지기를 바랄 뿐인 듯하다.

아니면 백화문 따위에 약간의 고풍스러움을 찾아내면 도리어 골동품에게 영광을 더 보탠다.

만일 "썩지 않는 대업"이 이런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너무나 가련할 따름이다.

게다가 2025년이 되면 '젖내나는 어린아이"들도 <갑인> 따위를 보게될 것이니 너무나 비참할 따름이다.

설령 <갑인>은 "고동선생이 자리에서 쫓겨난 뒤에도....점점 생기가 있게 될 것이다" 하더라도 말이다.

  고사를 업신여기는 사람 중에 고사만을 읽은 사람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이는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는 병폐를 통찰하고 있어 "그대의 창으로 그대의 방패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아편 흡입의 폐해를 설명하려는 데 있어 대개 아편을 흡입해 본 사람만이 가장 깊이 알고 가장 통절한 것과 같다.

그러나 가령 "머리 묶은 어린 학생"들에게 아편을 근절하려는 문장을 쓰게 먼저 몇 백 양의 아편을 흡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야 하겠는가.(<고서와 백화>) 

 

: 루쉰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이들에게 예리한 공격을 퍼붓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책을 소리내어 읽는 와중에도 주석을 참고해야 했고, 참고해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다만, 고서를 읽지 않으면 백화도 잘 지을 수 없다느니,  옛 것을 보존해야 한다느니 떠드는 자들에게 루쉰은 묻는다.

"옛것(古)"이 무엇인가? "썩지 않는 대업"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실체가 없는 것을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떠들고,

배움에 어떤 단계나 순서가 있어서 무엇을 먼저 알아야 다음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속인다.

글 좀 안다는 비평가나 학자들은 그들이 "젖내나는 어린아이"들이라 부르는 젊은이들 앞에서 

어린애들은 모르는 문장의 불변적 법칙이 있다고 오만을 떤다. 

이런 허위, 이런 기만,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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