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신문명은 일찌감치 총포에 파괴되어버렸으며, 수많은 경험을 거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을 꺼린다면, 물론 잠시 스스로 위안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좀더 듣기 좋게 늘어놓는다면, 추운 날 난로를 달구듯 사람을 기분 좋게 꾸벅꾸벅 졸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답은 영영 치료할 약도 없고, 일체의 희생은 죄다 헛수고가 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여우귀신은 희생을 먹어 치워 더욱 살이 찔 테니.
   아마 사람은 앞으로 잘 기억하여 사방을 살피고 팔방에 귀 기울여,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예전의 모든 희망의 이야기일랑 깡그리 쓸어 버리고, 누구의 것이든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가면일랑 깡그리 찢어 버리고, 누구의 것이든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수단일랑 깡그리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컨대 중화의 전통적인 약삭빠른 재주일랑 모조리 내던져 버리고서, 자존심을 굽힌 채, 우리에게 총질하는 양놈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기를 바랄 수 있다.
   - p.136~7, 8. 여전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문득 생각나는 것 11, <<화개집>>

 

: 우리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늘 부끄러워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무능력함과 가난을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지만 가지지 않았는데 가진 척하다보면 앞으로도 영영,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무언가를 가질 여유가 생긴다. 그러니 남들과 자신을 속이는 허세는 버리고 나의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은 나와 비교되어 너무 싫게만 느껴질 가진 이들에게서 배워야지만 나 역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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