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어느 누구도 국민성은 결코 고칠 수 없는 것잉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이 '알 수 없음' 속에서, 비록 전례 없는 멸망의 공포가 있을지라도 전례 없는 소생의 희망을 품으 수 있으니, 이것이 어쩌면 개혁가들에게 약간의 위안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 약간의 위안도 낡은 문명을 자랑하는 부류의 붓 위에 지워져 버릴 것이고, 새로운 문명을 무고하는 부류의 입 위에 빠져 죽을 것이며, 새로운 문명을 가장하는 부류의 언동 속에 소멸되고 말 것이다. 비슷한 선례 역시 역시 "옛날이 이미 있었"으니까. - 문득 생각나는 것 (1~4)


:개혁마저 옛일로 환원할 수 있는 자는 정말 루쉰의 말대로 언제나 승리한다. 하지만 루쉰은 그 대열에 들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전례를 찾고 자꾸 거기에 기대어 도피처를 마련하면 지금까지의 운명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가시려고요? 좋아요, 좋아! 하지만 절대 잊지 마세요. 건네주고 나서는 곧바로 기어 떠나야 하며, 제 집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걸. 그대는 벌써 아흐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만에 하나 무슨 사고라도 나서 나를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프게 한다면, 나는 귀중한 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린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그대 역시 자신의 동지를 골치 아프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이 말도 그냥 해보는 말입니다." -희생의 계책


: 이 이야기 정말 무서웠다... 남에게 바라는 희생이란 그 자체로 무서운 사기행각이라는 걸 너무 잘 보여주는 거 같다.


이미 출판된 나의 글들은 쥐어 짜 낸 것이다. 이 쥐어짜다'라는 글자는 소젖을 쥐어짠다고 할 때의 '쥐어짜다'이다. 이 '소젖을 쥐어짜다'라는 건 오직 '쥐어짜다'라는 글자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일부러 나의 작품을 우유에 비겨서 유리병 속에 담아 '예술의 궁전' 따위로 들여보내 주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니다. 요즘 갑자기 유행하고 있는 논조를 사용하여 젊은이들이 미숙한 작품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을 '유산'이라 일컫는다면, 나의 작품은 '낙태'인다. 어쩌면 아예 태가 아니라, 살쾡이가 태자 노릇을 한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그만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출판업자가 아무리 훔쳐 가고, 문인이 뭐라고 지껄이든, 더 이상 마음을 졸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믿고 있는 사람이 보고 싶어 하고 훌륭하다고 칭찬하면, 기쁘기 한이 없었다. 나중에 묶어 찍어 내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해 돈 몇 푼 벌기 위해서였다. -결코 한담이 아니다


:소위 저작권을 찾아주겠다는 움직임에 대한 루쉰의 반응은 솔직하다. 쥐어짜낸 글이지만 가끔 나도 돈이 필요하면 찍어서 팔겠다는 것. 훔쳐가는 출판업자에 대해 관대하게 굴었다기 보단, 혹은 요즘 들어본 카피레프트 운동같다기 보단 그저 자기 글에 대해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정의를 내리는 모양새다. 예술, 문학, 신문 칼럼이나 기고문 등 큰 범주가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자신의 글이 무엇인지 말하는 모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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