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따금 학교의 운동회를 보러간다. 이런 경쟁은 본래 두 적국의 전쟁처럼 원한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 때문에 욕을 하거나 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은 논외로 한다. 달리기시합 때 가장 빠른 서너 사람이 결승점에 도달하게 되면 그 나머지들은 해이해져서 예정된 바퀴 수를 다 달리려는 용기를 잃어버리고 중도에 구경꾼들의 무리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버린다. 어떤 이는 거짓으로 자빠져 적십자 대원들이 들것으로 그를 싣고 나간다. 가령 뒤쳐졌더라도 끝까지 달리는 경우도 가끔은 있는데, 끝까지 달린 사람에 대해 사람들은 조소를 보낸다. 그것은 그가 너무나 총명하지 못한 나머지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여태껏 실패한 영웅이 적었고, 참을성 있는 반항이 적었고, 감히 홀로 악전고투하는 무인이 적었고, 역도에 대해 위로의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이 적었다. 승리의 조짐이 보이면 벌떼처럼 모여들고,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어지러이 달아나 버렸다. …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민족은 어떤 일에서든 아마도 단숨에 "토붕와해(土崩瓦解)"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운동회를 볼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승리자가 존경스러운 것은 것은 물론이지만 뒤쳐졌더라도 종점에 이르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경기자와 이러한 경기자를 보고서 비웃지 않는 숙연한 구경꾼이야말로 중국의 장래 대들보이다 라고. (이것과 저것> 중)


 어제, 이른 아침, 한국과 러시아의 축구경기가 열렸다. 광화문에서의 거리응원은 밤새 계속되었다. 미디어에서는 "축구경기에 꼭 이겨서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운동 경기를 보고 있으면 즐겁고 재밌다. 몇 시간을 뛰어다니는 선수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내가 꼬맹이였을 적에는국가 대항전만 있으면 흥분해서 온 집안을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기분이 들떠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했던 거다. 그러다 이기면 날아갈 듯 기뻤다. 그들의 승리가 나의 승리처럼 여겨졌다. 경기를 보고 있는 와중에 내 감정은 쉴 새 없이 요동쳤다. 순식간에 절망에 빠졌고, 순식간에 기쁨에 도취됐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축구 경기를 보면 여전히 재밌긴 하지만 그게 다다. 이겼다고 기쁘지도 않고, 졌다고 실망스럽지도 않다. 축구경기의 승리가 국민전체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 거라는 무책임한 말이나 허황된 꿈도 믿지 않는다. 이기든 지든 "종점이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는 사람"과 그를 보고 "비웃지 않는 숙연한 구경꾼"들의 마음만은 믿는다. 승리가 귀한만큼 실패, 참을성 있는 반항, 악전고투도 귀하다. 뒤쳐져 있는 게 타성이 되어버린 게으른 자의 실패만은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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